한동훈이 주목한 한국판 변태들의 마을·한국판 알카트라즈는 가능할까 [핫이슈]
올해 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간부들에게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추천했다고 한다. 한국형 제시카법(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지 제한법) 추진에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2020년 KBS에서 방영된 두편의 다큐는 미국의 고위험 성범죄자(Sexual Predator)들의 주거지 제한을 다룬 것으로, 미국 플로리다주의 일명 ‘변태들의 마을’과 워싱턴주의 맥닐섬을 소개한다.
‘변태들의 마을’은 성범죄로 복역한 후 출소한 130여명의 전과자가 모여 사는 마을로, 주거지 제한을 피해 전과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 곳이다. 트레일러 조립식 주택단지인 이곳에 전과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원래 살던 일반인들은 마을을 떠났다. 이곳에 사는 성범죄 전과자들은 직업을 구하기도 힘들도, 인터넷 사용도 제한돼 사실상 감옥생활의 연장이라고 하소연했다.
맥닐섬은 ‘변태들의 마을’과 같은 자발적 주거지가 아니고, 성범죄 전과자를 수용하는 특별구금센터다. ‘성범죄자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이 섬 역시 기존에 살던 주민들은 모두 떠나고, 200여명의 성범죄 전과자만 수용되어 있다. 특별구금센터는 감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대학 기숙사 수준의 시설을 갖췄다. 수용자들은 1인 1실을 사용하며, 칼을 이용해 직접 요리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약도 많지 않다. 워싱턴주가 이런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강력 성범죄자의 경우 복역 후에도 구금이 가능하게 한 특별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시설 운영에 드는 비용은 수용자 1인당 연간 2억원으로 일반 교도소의 5배에 달하지만, 주민들은 알카트라즈 운영을 찬성한다고 이 다큐는 소개했다. 고립된 섬에 성범죄 전과자들이 격리돼 있어 불안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카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 전과자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제시카 런스포드의 이름을 딴 법으로,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공원 같은 아동 이용시설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곳으로만 주거지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은 13세 미만 아동으로 대상으로 하거나, 3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자감독 대상자로, 10년 이상의 선고형을 받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토가 좁고 수도권 밀집도가 높은 한국 실정을 고려할 때 미국과 같은 거주지 제한은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 법무부 판단이다. 거주 제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성범죄자들이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 도시로 몰려가거나 노숙자로 전락해 오히려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시설로 지정하기로 했다. ‘한국판 변태들의 마을’ 보다는 ‘한국판 알카트라즈’에 가까운 모델을 선택한 셈이다.
성범죄자의 거주 제한은 기본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고, 이미 형이 만료된 전과자를 특정시설에 살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거주지로 지정된 시설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조두순 등 고위험 성범죄자 출소할 때 마다 고조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 제한이 필요한 고위험 성범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5명이고, 내년에 또 59명이 출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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