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 따라 달린 264일간 ‘생태기록’[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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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에는 내가 동행한다." 도전, 혹은 모험이라고 쓸 수 있는 여행은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한다.
중간에 알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다음 세대의 제왕나비도 부모가 하던 여행을 릴레이로 이어가며 3∼5세대에 걸쳐 대륙을 종단한다.
여행 중 들른 마을에선 아이들에게 제왕나비의 생태를 가르치며 환경보호를 위한 미래의 희망을 틔운다.
제왕나비가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과 이유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적은 생태기록이자 자연과 인간이 끊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우는 철학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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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다이크먼 지음
이초희 옮김│현암사
“올봄에는 내가 동행한다.” 도전, 혹은 모험이라고 쓸 수 있는 여행은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한다.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커다란 여정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문득 떠오른 ‘자전거로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어릴 적에나 해봤을 법한 다소 어처구니없는 이 생각에서 264일간 1만6417㎞를 달리는 위대한 여행이 만들어진다. 책은 빌딩 숲을 떠나지 못해 어느샌가 잊어버린 나비의 날갯짓을 상기시키는 경이로운 생태 기록이다.
‘아웃도어 교육가’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저자가 뒤따르는 건 주황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한 제왕나비다. 북미 대륙을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나비로, 지치지 않는 ‘프로 여행가’다. 멕시코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미국을 거쳐 캐나다까지 이동했다가 겨울이 되기 전 다시 멕시코로 돌아온다. 중간에 알을 낳고, 그렇게 태어난 다음 세대의 제왕나비도 부모가 하던 여행을 릴레이로 이어가며 3∼5세대에 걸쳐 대륙을 종단한다. 사람 만큼이나 자연을 사랑하는 저자가 제왕나비를 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정은 고단하다. 길이 필요 없는 제왕나비와 달리 페달을 밟아야 하는 끊어진 길에 전전긍긍하거나 왔던 길을 한참 돌아가는 건 예사고, 노숙은 당연하다. 꼼꼼히 확인했는데도 한 번 놓친 제왕나비가 며칠씩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도 많다. 이 고생길에서도 저자는 차도 옆에 알을 낳는 거북이를 안전지대로 유도하고, 잘린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린 제왕나비 애벌레를 나무 위로 옮겨준다. 여행 중 들른 마을에선 아이들에게 제왕나비의 생태를 가르치며 환경보호를 위한 미래의 희망을 틔운다. “이 작은 생명체들은 대륙만큼 큰 불가능을 이기고 돌아왔다”는 저자의 말은 제왕나비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다.
책은 단순히 여행 에세이로 재단할 수 없다. 제왕나비가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과 이유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적은 생태기록이자 자연과 인간이 끊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우는 철학도 돋보인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보호 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책을 두고 “험난한 모험과 자연을 향한 사랑을 과학에 녹여냈다”고 말한 이유다. 371쪽, 1만95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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