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선 힘 빼고 몸을 맡겨야… 인생서도 조바심은 위험할 뿐[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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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주변의 소리에 신경이 쓰이면서 동시에 자기 침 넘기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찾아왔다.
정상적 생리반응조차 이상 신호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 SNS에 올리고, N잡러가 돼야 잘 사는 것으로 인증된다.
그 결과는 작은 물결이 큰 파도로 인식되고 조금 삐끗하면 바스러져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불안을 안고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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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주변의 소리에 신경이 쓰이면서 동시에 자기 침 넘기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찾아왔다. 정상적 생리반응조차 이상 신호로 여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평일 저녁 하루나 주말 반나절은 강제로 쉬는 오프를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지만 쉽게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긴장을 줄이는 약을 처방하고 수능이 끝나면 좋아질 거라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힘을 주기만 할 줄 알지 뺄 줄 모르는 모범생이었다. 우리 주변은 어느새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지배하고 있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 SNS에 올리고, N잡러가 돼야 잘 사는 것으로 인증된다. 그 결과는 작은 물결이 큰 파도로 인식되고 조금 삐끗하면 바스러져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불안을 안고 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일수록 이제는 삶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백영옥 작가의 ‘힘과 쉼’(김영사)은 바로 그 포인트를 이야기한다. 사회는 개인에게 온 힘을 다해서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누구는 그렇게 잘하고 있다고 보여준다. 뒤로 처진 사람은 보여주지 않는다. 성공한 아주 일부만 각광을 받고, SNS에서 유포되니, 평범한 나의 성취는 보잘것없어 보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 삶이 거대한 물결이라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팔을 휘저으며 수영해야 하지만, 급류를 만나면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겨야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요령과 습관을 만들어야 길게 보면 좋은 삶으로 이어진다. 조바심이 지배하면 마음만 바빠지고 금방 지치면서 성과도 좋지 않다. 만일 그런 경험을 한다면 무엇을 더 할까가 아니라, 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 온다.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계획이야말로 최악의 계획이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 분노는 마치 청소하지 않은 방에 먼지같이 쌓여서 조바심으로 전환된다. 긴 안목으로 인생을 보라고 조언한다. 시작보다 지속, 탁월함보다 꾸준함이 더 소중한 요인이 된다. 끝없는 성장을 요구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쉼 없이는 성장도 없고 바쁨에 중독되면 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럴 때 제주도 돌담의 빈틈을 떠올리라고 제안한다. 틈이 없다면 바람이 지나지 못해 담이 무너져버리기에 일부러 듬성듬성 돌을 쌓아 올린 것이라고. 우리 일에 대한 태도도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적정한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일할 때는 빡세게, 나를 다 소진하고, 누가 봐도 와 하는 성과를 이룬 다음에 멋진 퇴사와 함께 오랜 휴식을 꿈꾼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일의 관점에서 보면 힘을 줄 때와 쉴 때의 밸런스가 더 중요하다. 힘을 줬다가 적당히 뺄 때의 멋진 리듬감,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이 아닌 은은한 빛이 스미는 공간, 햇빛보다 달빛, 뜨거움이 아닌 따스함을 바람직한 이미지로 떠올리는 게 어떨까.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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