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⑫풀어드립니다…인공지능

박정연 기자 2023. 10. 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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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기상 재해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양자컴퓨팅, 챗GPT 등 첨단 과학기술도 어느새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는 다양한 전문용어는 국민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수년째 과학기술, 의학 용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용어들을 들여다보고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정부는 범부처 민관합동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첨단 과학기술 용어를 어렵게 느끼고 있다. (관련기사: "처음 들어봐요"…난해한 전략기술 용어, 육성 걸림돌 우려)

인공지능(AI)은 우리 삶을 가장 많이 바꿀 과학기술로 꼽힌다. 1956년 미국의 과학자 존 매카시가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이후 약 7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는 방대한 학습 자료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정부 또한 12대 국가전략기술로 AI를 꼽으며 관련 기술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학습능력을 개선한 차세대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산업에 특화된 '킬러솔루션' AI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고도화된 인지·판단·추론 및 의사결정 능력을 구현한 AI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AI보다 '똑똑한' AI를 가장 먼저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 효율적 학습 및 AI인프라(SW/HW) 고도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AI는 종종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과부하'를 겪게 된다.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에 대한 답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AI의 용량문제는 인간처럼 정교한 사고와 판단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학계에서는 AI의 효율적 학습을 위해 다양한 학습법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 AI의 학습 알고리즘을 개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AI는 초기에 설정된 알고리즘을 고정한 채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했다. 최근 과학자들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모델을 고안했다. 이같은 방식은 데이터를 학습하는 도중에도 더 나은 학습 방법을 찾아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고성능 AI를 구현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AI의 핵심 두뇌에 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AI 연산 실행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란 다양한 기능을 집약한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만든 반도체다.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비메모리 프로세서는 중앙 처리 장치(CPU),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신경망 처리 장치(NPU), 신소자를 활용해 AI 연산 코어의 집적도와 전력 효율성을 높인 '신경 모방 칩' 등으로 나뉜다. AI에 특화된 NPU와 신경 모방 칩이 AI 반도체에 해당한다. 연산과 기억(메모리) 기능을 통합하는 지능형 반도체도 AI 반도체로 분류된다. 현재 많은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AI 기술을 뒷받침할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 안전·신뢰 AI

AI에 대한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도 요구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AI 신뢰성은 기업과 개발자가 AI를 어떻게 개발했는지 사용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설명가능성', 윤리적인 문제에 저촉되는 점이 있는지 살펴보면 '공정성', 외부 공격에 대응하는 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한 '안전성' 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현재 AI 신뢰성 인증 제도 시행을 위해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TTA는 학계에서 제시하는 신뢰성 평가 항목을 바탕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첨단 AI모델링·의사결정(인지·판단·추론)

인간과 같은 인지·판단·추론능력을 가진 AI는 이미 연구 현장에서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 뉴욕대와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공동연구팀은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체계적 일반화'를 구현한 AI 모델을 발표했다. 체계적 일반화는 한 개념을 학습하면 이를 다른 개념과 결합해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앞서 학계에서는 체계적 일반화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며 AI에서 구현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AI의 인지·판단·추론 능력은 AI가 실생활에 활용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함양해야 할 능력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의료 AI의 경우 환자의 질환을 판단할 때 단편적인 영상으로만 진단하지 않고 환자의 병력 전체를 바탕으로 현재의 정확한 상태를 추론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정밀한 인지·판단·능력을 가진 미래의 AI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받는다.

● 산업활용·혁신 AI

AI는 향후 더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한국을 찾은 게리 샤피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은 "내년 'CES'에선 자동차, 농업 등 모든 산업에서 AI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S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IT)·가전 전시회다.

혁신 AI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생성형 AI'가 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AI 기술이다. 기존 AI가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이해했다면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와의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글을 이미지나 비디오로 변환하는 생성형 AI가 주목받기도 했다. 미국 메타는 문장을 입력하면 비디오 콘텐츠를 창작하는 '메이크 어 비디오'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구글 또한 글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 '이메진 비디오'를 발표한 바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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