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팬들께 죄송해, 내게 모험이고 도전"…왜 정재훈 코치는 KIA행 택했나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모험이고 도전이긴 하죠."
정재훈 코치가 KIA 타이거즈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KIA는 26일 정 코치를 1군 투수코치로 영입했다고 알렸다. 정 코치와 함께 이동걸 코치가 1군 불펜으로 합류했고, 기존에 투수 파트를 맡았던 서재응, 곽정철 코치와는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정 코치는 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지도자 생활 역시 지금까지는 두산에서만 해왔다. 그는 휘문고-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7번으로 OB(현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03년 1군에 데뷔해 통산 555경기, 35승44패, 139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두산을 대표하는 필승조이자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두산이 아닌 곳에서 프로 생활을 한 건 2015년 딱 한 시즌뿐이었다. FA 투수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향했다가 다음 해 2차드래프트로 다시 두산으로 복귀했다.
불의의 부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2016년 강습 타구에 오른 팔뚝을 맞는 부상으로 재활하다 2017년 은퇴를 결심했고, 2018년 시즌부터 두산에서 불펜코치로 시작해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올해까지 6시즌 동안 1군과 2군을 오가며 꾸준히 투수 육성에 기여했다.
이승엽 감독이 지난해 10월 신임 감독으로 부임할 때 정 코치는 1군 투수들을 이끌었다. 그러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시즌 도중 2군으로 내려갔고, 시즌 끝까지 육성에 전념했다. 올해로 두산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6년째 하면서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심재학 KIA 단장이 코치직을 제안하면서 이번 일이 성사됐다.
정 코치는 26일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심재학 단장님이랑 큰 인연은 없었다. 단장님께서 해설위원으로 지낼 때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는 정도의 사이였는데, 단장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어떻게 좋게 봐주셔서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 개인적으로 도전도 해볼 수 있고, 경험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연치않게 그런 계기가 찾아와서 내게는 잘된 일 같다"며 새로운 도전의 계기를 마련해 준 KIA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정든 두산을 떠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정 코치는 "모험이고 도전이긴 하다"면서도 "두산에 있을 때 선수들과 정도 많이 쌓았고, 구단 직원들과 한 분 한 분 다 좋게 지냈다고 생각한다. KIA에 가면 또 그렇게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걸릴 뿐이지 진심으로 대하면 선수나 코치진, 직원들과 또 정을 쌓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정 코치가 밖에서 본 KIA 마운드는 꽤 높아 보였다. 외국인 원투펀치만 잘 뽑으면 얼마든지 한 시즌을 풍부하게 꾸려갈 수 있는 영건들이 있어 투수코치에게는 복이다.
정 코치는 "올해도 작년도 팀 구성과 여러 가지 전력은 좋은데, 선수들 부상이 있었고 외국인 투수들이 활약을 못 해줘서 기대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 보니까 국내 투수진은 선발투수들도 어리고 좋고, 불펜들도 좋더라. 외국인 투수만 문제없이 돌아가면 좋은 전력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KIA 대투수 양현종과 만남을 기대했다. 양현종은 KIA 투수진을 대표하는 얼굴이기도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도 경험한 베테랑이다. 지도자여도 그런 선수를 보고 배우며 느낄 점들이 있다고 했다. 이의리, 최지민 등 국가대표 영건들과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정 코치는 "(양)현종이는 미국도 다녀왔고, 어떻게 훈련하고 어떤 마음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의리와 윤영철처럼 젊고 좋은 투수들도 보고 싶고, 기량이 갑자기 좋아진 최지민 같은 선수들도 있다. 다 한번씩 보고 싶은데, 이번 마무리캠프에는 그 선수들이 대표팀(APBC)에 가서 못 오더라.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팀 엔트리를 짤 때 도움이 될 만한 어린 선수들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KIA는 다음 달 1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투수는 윤영철, 김기훈 등 어린 선수들 위주로 명단이 꾸려졌다. 정재훈 코치는 마무리캠프부터 함께하면서 KIA 선수단을 파악해 나갈 예정이다.
두산을 떠나면서 지도자로 보낸 지난 6년을 되돌아봤다. 정 코치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선수 은퇴하고 지도자가 됐을 때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이 크다. 선수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으니까. 그런 과정에서 기다리고 참는 법을 많이 배웠다. 시즌 치르면서 분명히 실수한 점도 있는데,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6년을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확고한 철학을 만들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계속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2군에서 마지막을 보내면서 땡볕 아래 함께 구슬땀을 흘린 두산 영건들에게 응원도 남겼다. 정 코치는 "2군 선수들이 진짜 열심히 한다. 진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해서 나는 계속 (다치지 않게) 말리기 바빴다. 누구 하나 언급할 수 없을 만큼 전부 열정도 대단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다. 2군에도 진짜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본인들이 한 만큼 잘되길 원하고 응원한다"고 힘줘 말했다.
KIA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정 코치는 "두산팬들께는 많이 죄송하다. 많이 사랑하고 좋아해 주시고, 걱정도 해주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지도자로 나도 초반인 것 같다. 언젠가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발전하고 더 좋아지면 분명히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두산에도 KIA에도 실망감을 안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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