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던지는 것 같던데"...이름은 잘 모르지만, 명장의 눈에 1라운더 좌완 와일드씽 각인됐다
[OSEN=김해, 조형래 기자] "이름이 생각은 잘 안나는데..."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새로운 팀에서, 낯선 가을을 보내고 있다. 사실 김태형 감독에게 가을은 항상 포스트시즌의 시간이었다. 2015년 두산 감독 부임 이후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었다. 과거의 김태형 감독은 치열한 가을야구의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어쩌면 김태형 감독에게는 마무리캠프라는 시간이 낯설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2014년 마무리캠프 하고 9년 만이다"라고 전했다.
24일 취임식, 25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롯데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김태형 감독은 상견례 직후부터 상동구장 곳곳을 누비며 선수 파악에 여념이 없었다. 현재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은 퓨처스팀에 주로 머물던 선수들이다. 이미 첫 날부터 투수들의 경우 불펜 피칭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명장'의 눈에 들어온 선수들이 있었다.
물론 아직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지는 못했다. 올해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을 두루 보면서 1군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을 했지만 퓨처스 선수들은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다. 2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은 선수들의 이름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선수의 특징과 강점 만큼은 확실하게 눈에 각인됐고 기억했다.
김태형 감독은 "전체적으로 좋은 구속을 가진 투수들이 많은 것 같다"라면서 "일단 경기 운영과 제구력이 되는 게 첫번째다. 그런데 공 빠른 투수들이 확률이 좋지 않나. 이런 투수들이 제구력이 잡히면 잘 할 확률이 좋다. 구속은 타고나야 하지 않나"라면서 롯데 젊은 투수진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캠프 첫 날, 구단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츠TV'에서는 우완 강속구 기대주 정성종(28)에 대해 세세하게 물어보며 교정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1군에서 던져야 하는 투수다. 본인의 공 던지는 스타일이나 스탠스 등 이런 것들을 물어봤다"라고 설명했다.
신예 선수들에 대해서도 간단한 인상들을 전했다. 이름은 바로 떠올리지 못했지만, 올해 신인 우완 이진하(19)를 언급했다. 그리고 좌완 투수를 언급하면서 "그리고 좋은 왼손이 하나 있다. 키가 크다...150km 정도는 던지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선수는 2020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 받은 홍민기(22)였다.
올해로 입단 4년차가 됐지만 아직 1군 경기는 2021년 1번 뿐이다. 와일드한 투구폼으로 강속구를 뿌리는 점이 매력이었다.
그러나 2군에서도 어깨 팔꿈치 등 부상으로 재활하는 시간이 길었다. 결국 지난 2021년 11월, 1년 후배인 우강훈(21)과 함께 동반입대를 하면서 현역으로 병역을 해결했다.
올해 5월 전역한 홍민기는 올해 9월부터 다시 등판했고 4경기 평균자책점 21.60(3⅓이닝 8자책점)을 기록했다. 4경기에서 볼넷 9개를 내줬다. 그러나 좌완 파이어볼러라는 매력은 무시할 수 없다. 김태형 감독도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찍어누를 수 있는 구위의 투수를 선호하기에 홍민기 같은 유형의 선수가 더 눈에 띄었을 수 있다.
결국 1군에 올라와서 성과를 내야 김태형 감독도 홍민기라는 이름을 더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다. 홍민기의 과제는 언제나 부상, 그리고 제구였다. 전임자였던 래리 서튼 감독은 "홍민기가 다시 마운드로 돌아왔을 때 혼자 속으로 자축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것 만큼 기뻤다"라고 설명했다. 홍민기의 재활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운드로 돌아와 건강하고 위력적인 구위를 뽐낸 것을 축하하기도 했다.
병역을 해결하고 여전히 150km의 강속구를 뿌리지만 홍민기가 넘어야 할 관문은 많다. 그래도 롯데에 희귀한 좌완, 그리고 공까지 빠른 선수이기에 매력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과연 홍민기는 부상 리스크를 극복하고 김태형 감독의 첫인상만큼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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