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수요자 관망에 집주인 버티기…다시 거래절벽 오나
집주인은 '안 떨어진다' 버티기…금리·중동 정세 등 변수
전문가 "거래 줄고 상승세 완만…서울 소폭 상승 이어질 것"
올해 하반기 들어 뚜렷하게 나타났던 집값 상승세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미 집값이 전고점 수준에 가까워진 데다가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물가 인상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량이 줄어드는 등 시장이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수요자들의 관망세에도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커 당분간 매수·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금리 변동이나 국제 정세 안정화 여부 등이 변수가 될 거라는 지적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내년 입주 물량 감소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8개월 만에 상승 거래 줄어…집값 전망도 주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아파트 거래 3만 907건 중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상승한 거래는 총 1만 4666건으로 47.5%를 차지했다.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상승 거래 비중이 전달보다 낮아졌다. 서울 역시 상승 거래 비중이 51.62%로 전달보다 줄었다. 10월의 경우 아직 거래신고일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 비중이 45.8%까지 줄며 5개월 만에 50% 미만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집값 상승세가 둔화할 거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2포인트 내린 108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년 후 집값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하락보다 상승 전망이 더 높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역대 최저 수준인 61까지 떨어진 뒤 같은 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달에는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전고점 수준까지 오르자 수요자들이 가격 부담에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있고 금리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시장 위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당분간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 상품이 종료가 된 데다가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 그간 수요자들이 가격을 쫓아가며 매수를 했다면 이제는 이전보다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제 시중 대출 금리가 오르기도 했고 불안한 국제 정세 등으로 고금리가 장기화할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며 "수요자들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높은 이자를 지불해 가면서 집을 사기보다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겨울 비수기 거래 위축…상승세 둔화할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요자와 집주인의 줄다리기 장세가 이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더라도 집주인들은 당장 호가를 내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서다.
권 팀장은 "매도자 입장에서는 올해 초부터 거래가 늘고 집값이 단기간에 회복하는 걸 봤기 때문에 당장 줄줄이 호가를 내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울러 여전히 신축 분양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기존 집값도 하락하지는 않을 거라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거래량이 줄고 상승세가 둔화하는 흐름이 나타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제 겨울 성수기를 앞둔 만큼 시장이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3340건으로 전달(3848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월은 가을 이사철로 부동산 시장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거래가 되레 줄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함 랩장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줄다리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상승 거래가 줄어들고 하락 거래는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계절적 비수기를 앞두고 있기도 해 당분간 거래가 확 줄어드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금리 변동 여부와 국제 정세 변화 등이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다.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늦춰지거나 중동 정세가 더욱 악화할 경우 침체 흐름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단기간에 하락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의 경우 내년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이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서울 거래량이 3000~4000건으로 유지되면 상승 폭은 둔화하더라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랩장도 "서울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과 내년 서울 입주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말처럼 큰 폭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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