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기 뿌연 먹자골목 풍경 사라지나... ‘요리매연’도 미세먼지로 관리

뿌연 연기로 가득한 먹자골목 풍경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료를 굽거나 튀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요리 매연’(cooking hume)이라 불리는 초미세먼지(PM2.5)다. 사람 몸속에 들어오면 폐에 달라붙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정부가 요리매연을 ‘미세먼지’로 관리해 저감 장비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규모 조리가 이뤄지는 급식실은 환기 시스템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 요리 매연 저감에 대한 과학적 기준은 없어 장기간 요리 매연에 노출될 경우 급식노동자가 폐 관련 질환을 앓을 위험이 큰 상황이다. /뉴스1

27일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학교 급식소 노동자의 폐암 산재(産災) 인정을 계기로 2025년부터 음식점과 급식소가 배출하는 요리매연 발생량을 집계하고, 요리매연 저감 장비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발표한 제3차 대기환경개선 종합계획에 조리시설을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처음 포함했는데 이에 따른 조처다.

환경부는 내년 4월까지 초·중·고교 급식소를 비롯해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요리매연 배출량 산정 방법을 마련하고, 2025년부터 실제 집계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남과 김해, 경기 남양주시 소재 음식점 총 3곳에서 미세먼지·악취 저감시설 설치 지원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시범 사업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 ‘환기’가 아닌 요리매연의 초미세먼지를 ‘저감’하겠다는 것이다. 요리매연은 실내·외 공기 질에 모두 악영향을 미친다. 후드가 설치돼 있지 않거나, 설치돼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요리매연이 실내에 머물면서 실내 공기 질을 악화시킨다. 요리매연은 기름기를 포함한 ‘유증기’가 대부분이라서 후드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성능을 빠르게 저하한다. 10년 이상 초·중·고 급식실에서 근무한 조리사들 가운데 폐암 등 폐질환 환자가 많이 나온 이유로 분석된다.

후드를 통해 요리매연을 빨아들였다고 해도, 별도 저감 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바깥으로 내보내면 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이나 행인들이 요리매연을 마시게 된다. 그래서 요리매연을 애초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요리 매연을 심각한 초미세 먼지 발생원으로 간주한다. 미국 대기오염 국책연구기관인 CE-CERT 연구소에 따르면, 햄버거 패티 1장을 구울 때 발생하는 초미세 먼지는 대형 덤프트럭이 시속 230㎞로 달리면서 내뿜는 양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덤프트럭 매연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라도 하지만, 요리 매연은 좁은 조리 공간에 머물다 상당량이 호흡기로 들어간다. 이에 주요국에선 대형 조리시설을 갖춘 사업장에 요리매연 저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미국 뉴욕시에선 작년 1월부터 대기환경법에 따라 일주일에 397kg 이상 고기를 소비하는 레스토랑에 대해 의무적으로 요리매연 저감장치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규제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도심 지역 내 음식점 규모별로 요리매연 방지시설 성능과 배출 허용 농도를 정하고 있다. 영국·일본·홍콩에선 ‘악취 관리 가이드라인’ 갖고 자발적으로 관리 중이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뉴시스

이주환 의원은 “급식 노동자 사망을 일으킨 요리매연은 단순 악취가 아닌 유해인자로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요리매연으로 인한 실내외 공기 질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