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혜수 “‘너와 나’, 부디 훼손되지 않기를”
‘학교 폭력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박혜수(29)가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를 통해서다. 박혜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떨리는, 그러나 애써 큰 목소리로 “반갑습니다”라며 인사한 뒤 차분하고도 진솔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만, 자신의 불편한 개인사와 관련해선 결백함을 강조하며 “반드시 끝까지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고 있는 ‘너와 나’는 수학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 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 분)와 하은(김시은 분)의 평범한듯 아주 특별한 하루를 담은 휴먼 드라마.
원망과 불안, 죽음 앞에서조차 피어나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메시지를 담았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모든 이별에 대한, 죽음에 대한 애틋한 애도, 새로운 해석과 따뜻함 그 이상의 위로가 담긴 웰 메이드다. 배우 조현철이 메가폰을 잡았고, 박혜수 김시은이 주연을 맡았다. 다음은 박혜수와의 일문일답.
A. 영화가 개봉하게 됐다는 것 자체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애착이 컸던 만큼 기분이 남다르다. 감격스럽고 행복하고 떨린다. 부디, 나로 인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손상되질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달리 바라는 건 없다. 개인적으론 (일적인 욕심이라기 보단) 이 영화를 통해 배운,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잊지 않고 간직하려고 한다.
Q.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한창 상업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할 때다.
A. 내겐 첫 독립영화다. 시나리오는 지금의 완성된 버전과는 조금 달랐다.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담긴 두 여고생의 순수하고도 맑은 감성은 동일하지만,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 강했다. 지금의 영화는 함께 작업하면서 수정이 거듭된 버전이다. 기대만큼, 아니 기대보다 더 애틋하고 뭉클하게 완성된 것 같다.
Q. 특별히 어떤 점이 좋았나?
A.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니 마지막까지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아름답게, 감독님만의 감성으로 빚어낸 이야기 전개 방식이, 메시지 전달 방식이 새롭고 세밀해서 좋았다. 죽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그 슬픔이 깊게 배어 있고, 그것을 더 큰 사랑으로 어루만진다.
되게 넌지시 이야기한달까? ‘자, 우리 이런 이야기할 거니까 들어봐’ 하고 불러 모으는 게 아니라, 슬며시 옆에 쓱 두고 간다. 분위기로 말한다. ‘그래서 이게 꿈이야? 현실이야?’ 디테일한 부분을 명확하게 캐치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따뜻하다.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느낌으로 안다. 그 에너지 자체를 품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영화라 좋았다.
Q. 현장도 이전 경험했던 것관 달랐을 것 같다.
A. 그렇다. 상업영화는 다 만들어진 판에 마지막에 캐스팅만 완성되면 그 안에서 정해진 롤을 한다면 독립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이었다. 나의 경우는 특히 감독님과 둘이서 가장 먼저 시작해 하나하나 완성되는 과정을 모두 함께 했다. ‘하은’ 역할까지 정해지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제작 작업이 이뤄졌는데, 모두가 똘똘 뭉쳐 하나로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Q. 김시은 배우가 ‘나는 소희’로 유명해지기 전으로 안다.
A. 맞다. 시은이의 오디션 현장에 나도 있었다. 그전까지 막내가 익숙한 나로선 도움을 주는 언니 포지션이 어렵고 어색했는데, 시은이와 6살 차가 난다. 오디션 때 본 시은이는 굉장히 당차고 자신감도 넘쳐서 ‘하은이’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연기였다더라. 막상 함께 호흡을 맞출땐 수줍음이 많은 친구라 이런저런 시간을 함께 가지려고 노력했다. 수다도 정말 많이 떨었다. 각 잡고 하는 연습보단 같이 떠들고 노는 게 리딩이고 리허설이었다. 그렇게 스며들듯이 서로에게 다가가 우리팀 모두가 한 명 한 명 똘똘 뭉쳤다.
A. 캐스팅 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팀워크가 상당히 쌓인 상태였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이 작품에 누가 될까봐. ‘너와 나’ 팀 전원이 나를 믿어줬다. 감독님을 비롯한 팀의 결정에 감사드린다. 얼마 전 감독님의 기사(여전히 믿는다는)도 봤다.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태도에 감사드린다.
Q. 그래서 더 (촬영이) 망설여지진 않았나?
A. 그랬다. 엄청난 책임감이 따랐다. 어떤 결정을 내려주든 팀의 의견에 따를 생각이었는데...감사했고 큰 힘이 됐다. 이미 결정이 난 뒤에는 서로 간 신뢰가 더 끈끈해졌고 강한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스태프 모두가 자신의 아픈 사연을 공유했다. 각기 다른 저마다의 상처를 안은 채, 더 열심히 임해야겠단 생각, 이 팀에, 이 작품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만 되뇌이며 연기에 집중했다.
Q. 같은 시기에 주연작이었던 드라마 ‘디어엠’은 엎어졌다.
A. 함께 했던 분들에 대한 죄송함뿐이다. (지금도) 그 마음밖에 없다.
Q. 촬영에 들어간 뒤엔 (감독으로부터) 어떤 디렉션을 받았는지?
A.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했다. 나의 상황, 아픔, 심리와는 별개로 ‘너와 나’ 속 ‘세미’만 생각했다. 감독님은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서 시종일관 ‘좋아요’라고만 했고, 별다른 디렉션이 없었다. 첫 리딩할 때도 그랬고 끝까지 한결같이 그랬다.(웃음)
Q. 오히려 그게 더 어려웠을 것 같다.
A. 맞다. 나는 정말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냥 다 맡겨주더라. 처음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지고 부담도 됐는데 신기하게도 적응이 됐다. 내 해석대로 나만의 색깔로 입혀가다보니 조금씩 자신감도 붙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무한 소통이 가능했던 팀이었다. 서로서로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그에 따라 수정도 많이 됐다. 다함께 힘을 보태 만들어갔고, 그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Q. 그래서인지 묵직한 하은, 생동감 있는 세미의 합이 정말 탁월했다. 현실과 비현실을 허문 경계조차 어색함이 없더라. 왜 두 사람이어야만 했는지, 메가폰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들이란 것에 수긍이 갔다.
A. 정말 감사하다. ‘세미’에겐 학창시절 실제의 내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다. 나 또한 과거에 세미와 비슷한 친구였다. 감정선이 복잡하고 예측 불허에 표현도 서툴렀다. 좋아하는 친구에 대한 집착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날 좋아해주지 않으면 서운해 했다. 조금은 이상해보일 수 있는 세미의 행동들이 나는 다 이해가 갔다.
한 번은 (학교 다닐 적에) 나 역시 (엉뚱한 내 성격 때문에) 혹시 친구들을 속상하게 했을까봐 갑자기 뜬금포로 찾아가 울며 사과한 적도 있었다. 친구들이 당황하며 “너 왜 그래?”라며 토닥여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도 그 친구들이 내게 그 때 이야길하며 놀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세미의 모든 감정, 엉뚱한 행동, 마지막 고백까지도 나는 설득이 됐다. 단 한 신도 어색한 게 없었다.
시은이와도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다. 같이 울고 웃었다.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느꼈다. 그 공기를 나눴다. 말론 표현 못할 다양한 감정들을,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우리가 실제로 느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A. 사실 일이 터졌을 때만 해도 소송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입장의 변화는 없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관객과 만났고 벌써 1년이 또 지났다. 지난 기자간담회 때는 내 목소리로 처음 내 입장을 말했다. 수사 중인 상황이라 더 많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어 아쉬웠다. 확실한건, 사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거고, 반드시 밝혀질거라고 믿고 있다.
Q.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게 있다면?
A. 감사함이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들 중에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실이 아닌 걸 알아”라고 말해주더라. 그런 고마운 친구들의 위로가, 주변의 따뜻한 응원과 변함없는 사랑에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배웠다. 감사한 분들이 정말 많았다. 다시 한 번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
Q. 조현철 감독, 김사은 배우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
A. 우리 단체방에서 정말 많은 수다를 떨기 때문에...(없다. 하하!) 마냥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게 해줘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진심으로 아껴줘서 고맙다.
아, 시은이가 ‘다음 소희’로 상 탈때마다 우리 단체방은 매일 난리가 났다. 아유, 우리 공주님이라고 환호하고 (또 놀리고) 자랑스러웠다. 시은인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걸 가진 배우다. 순간순간 호흡이 달라지고 변화무쌍하다. 타고난 재능이 반짝 반짝 빛난다. 타고난데다 노력까지 하니 엄청나아질 거란 걸 그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부럽다고!
Q. 관객들에게
A. 모두가 매 순간 공들여 진심을 다해 만들었다. 그 정성을 서로 서로가 느끼며 한 장면 한 장면 찍었고 무엇보다 감독님의 세밀하고도 깊고 섬세한 터치로 아름답게 완성됐다. 그 진심이 닿길, 위로가 되길. 부디 (나로 인해) 조금도 훼손되질 않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
Q . ‘너와 나’ 이후의 계획은
A. 20대엔 욕심이 컸다. 뭔가 이뤄내야 할 것 같고, 숨이 차도록 여유가 없었다. 30대가 되니 이제는 조금 편안해졌다. 많이 내려놓았다. 그저 다 감사하다. 배우로선 ‘너와 나’란 작품이 온전히 관객에게 닿기만을, 개인적으론 사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 스스로를 더 다독이려고 한다. 계속 연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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