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띵동, 띵동" 분실된 카드서 결제가…6년차 경찰이 한 행동

김지은 기자 2023. 10. 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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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제 카드를 긁어요."

약 30분 전 서울 성동구의 편의점 앞에서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자신의 카드를 이용해 1만2300원을 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임 경사는 "보통 카드 절도 사건은 피해자가 분실하고 한참 뒤에 인지해 신고를 하기 때문에 지구대에서 범인을 잡기 쉽지 않다"며 "미리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카드 결제가 거부됐을 때 주변인을 빨리 붙잡아 추궁한 것들이 추가 피해를 막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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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피의자 A씨가 신용카드를 몰래 훔친 뒤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안주거리 등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카드를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제 카드를 긁어요."

지난 12일 오전 1시5분쯤 서울 성동구 서울숲지구대에 112신고가 접수됐다. 약 30분 전 서울 성동구의 편의점 앞에서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자신의 카드를 이용해 1만2300원을 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신고자는 카드사에 급하게 카드 중지 신청을 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서울숲지구대 4팀 임종호 경사와 최재웅 순경은 가장 먼저 편의점 CCTV(폐쇄회로TV)와 피해자 진술서 등을 확보했다. CCTV 영상 속 남자는 머리가 목까지 내려오는 장발로, 검은 점퍼에 검은 긴바지를 입고 회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양손에는 막걸리와 각종 안주거리들이 있었다.

영상을 한창 살펴보던 그 때, 피해자 휴대폰으로 또 다시 '띵동' 문자 메시지가 울렸다. 피의자가 500m 떨어진 또 다른 편의점에서 카드 결제를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임 경사가 해당 편의점으로 뛰쳐 나갔을 때는 CCTV 영상과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그는 이 남성에게 "왜 본인 카드가 아닌 남의 카드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남성은 "아는 동생이 술을 사오라고 카드를 줘서 심부름했던 것"이라며 "나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동생한테 한번 같이 가보자"고 말했다.

임 경사가 피의자가 살고 있다는 집에 들어갔을 땐 사람은 없고 각종 술과 담배, 안주들만 식탁 위에 있었다. 방바닥에는 술병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고약한 술 냄새도 풍겼다. 임 경사는 "함께 출동한 조원은 방 안에서 이야기를 듣고 저는 밖에 나와 골목길을 쭉 살펴봤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전 1시20분쯤 서울숲지구대 임종호 경사가 피의자를 발견하고 달려가는 모습. /영상=서울경찰청

골목길 주변을 이리저리 살필 때쯤, 200m 떨어진 곳에서 한 남성이 걸어오다가 임 경사를 보고 뒤를 돌기 시작했다. 그는 살짝 빠른 걸음으로 가다가 경보로 뛰기 시작했다. 임 경사는 "딱 보기에도 행동이 너무 수상했다"며 "일반적인 행동은 아니겠다는 직감이 들어서 빠르게 따라 붙었다"고 말했다.

1~2분쯤 지났을까. 임 경사는 아파트 담벼락 안쪽에 숨어 있던 피의자를 붙잡았다. 자세히 보니 CCTV 영상 속 남자와 인상착의도 똑같았다. 피의자는 "무슨 소리냐. 내 카드였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임 경사는 집에 돌아가 아는 형과 함께 3자 대면을 하자고 제안했다.

피의자의 형이 "이게 무슨 일이냐" 따져 묻자 피의자는 그제서야 "술김에 그랬다. 형은 가만히 있어라. 내가 알아서 책임질거고 조사 받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당시 시간대는 오전 1시 25분쯤으로 임 경사는 그렇게 신고가 들어온 지 약 20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지난 12일 40대 남성 A씨가 편의점 테이블에 놓인 신용카드를 발견하고 몰래 가져가는 모습. /영상=서울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40대 남성으로 점유이탈물횡령,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이 남성은 무직 상태였으며 피해자가 편의점 테이블에 신용 카드를 깜빡 놓고 가자 이를 주워 자신의 것처럼 사용했다.

임 경사는 "보통 카드 절도 사건은 피해자가 분실하고 한참 뒤에 인지해 신고를 하기 때문에 지구대에서 범인을 잡기 쉽지 않다"며 "미리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카드 결제가 거부됐을 때 주변인을 빨리 붙잡아 추궁한 것들이 추가 피해를 막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6년 차인 임 경사는 경찰관이었던 아버지 영향으로 이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고 도움을 드리고 작은 것이라도 감사함을 표현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힘을 얻는다"며 "작은 신고라도 허투루 하지 않고 꾸준히 도움 드리는, 범인 검거하는데 노력하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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