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LG NOVA 센터장 "'아웃사이드-인 이노베이션' 성과 곧 공개"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줌인센터]
‘실리콘밸리 줌인센터’는 이 지역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엔지니어,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물을 ‘줌인(zoom in)’해 그들의 성공, 좌절, 극복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앞으로 줌인센터에 가능한 많은 주민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NOVA)의 이석우 센터장(전무)을 25일(현지시간) ‘이노베이션 페스티벌 2023’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이버니아 전시장에서 만났습니다. 이 센터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으로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부국장을 역임하고 2021년부터 LG NOVA 초대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LG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사업에 대한 목마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LG의 DNA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LG의 미래 먹거리를 찾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을 누비는 이 센터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Q. LG NOVA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LG NOVA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려는 목적으로 2020년 말 설립된 조직입니다. 새 비즈니스는 LG전자가 잘하는 사업보다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사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디지털헬스케어와 클린테크,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직업 훈련 등의 분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직원 수는 40명입니다. 직원들의 백그라운드도 다양합니다. 벤처캐피털(VC) 출신도 있고 대기업의 혁신담당, 스타트업, 헬스케어 출신도 있습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노베이션 페스티벌은 LG전자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마련됐습니다.
Q. 새로운 사업 진출 시기와 사업 내용은 무엇입니까.
A LG전자가 디지털헬스케어와 클린테크 부문 신사업에 진출할 것입니다. 수개월 내에 신설 법인을 출범할 계획입니다. 클린테크는 에너지 관리 최적화, 재생에너지를 통한 비용절감, 탄소중립 등을 말합니다. 지난 2년간 스타트업, 투자자와 협업을 통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해왔습니다. 이제 3년 차를 맞았습니다. 현재 법인 설립을 위한 대부분의 준비를 마쳤으며, 머지않은 시점에 공개하게 될 겁니다.
Q. 신설 법인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A. 신설 법인은 스타트업과 조인트벤처 형태로 출범하게 될 겁니다. 새로운 법인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출범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수 없습니다. 현재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신설 법인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겁니다. LG와 협력하는 스타트업은 저희로부터 투자도 받고, 새 법인의 지분에 따라 사업 매출도 나누게 됩니다. LG NOVA와 협업하는 벤처투자사(VC)기업 클리어브룩 등 투자 파트너들을 통한 투자 유치 기회도 얻게 됩니다. 함께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마련된 것이죠.
이외에도 다른 신사업 프로젝트가 계속 내부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소식이 있을 겁니다.
Q.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A. 대단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LG는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필립스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성장해온 ‘협업 DNA’가 있습니다. 외부와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추진한다는 건 굉장히 경쟁력 있는 자산입니다. 덕분에 LG NOVA의 프로젝트도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량과 외부 역량을 결합해 다음 세대에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LG전자의 다양한 하드웨어와 결합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A. LG전자의 제품 제조 역량은 세계 1위입니다. 우리의 미션은 현재 LG가 강하지 않은 부분들 새로 신사업 만드는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넌(non) 하드웨어. 소프트웨어&플랫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사업을 구상할 때 TV 등 기존 하드웨어와 시너지를 내려고 먼저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럼 사업의 범위가 국한됩니다. 헬스케어는 엄청나게 큰 시장입니다. 하드웨어 모달리티에 국한되지 않고 만성질환 예방. 병원 퇴원 후 사후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봐야 합니다. 솔루션을 만들다 보면 TV 혹은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첫 번째는 아닙니다.
Q. 외부와의 협력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지금까지 LG에서 헬스케어, 클린테크는 전문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외부의 역량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죠.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단순한 기술과 자본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해까지 모두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아웃사이드-인 이노베이션’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혼자하는 것보다 외부와 함께 하는 게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한 회사에 똑똑한 사람 많습니다. LG에도 많은 인재가 있죠. 하지만 밖에는 그보다 더 많은 인재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은 외부와 함께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Q. LG NOVA만의 협업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까.
A. 꼭 필요합니다. LG가 다른 기업도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죠. 기업마다 리소스와 전문성, 시장이 모두 다릅니다. 구글의 경우 대부분 신사업을 할 때 해당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10% 정도가 성공하죠. 유튜브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LG도 큰 회사지만 리소스가 구글만큼 풍성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LG가 내부적으로 R&D 전문성이 글로벌 빅테크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이런 두 가지 제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LG DNA에는 협력을 통한 성장의 역사가 새겨져 있습니다. 외부의 협력 추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장단점에 맞춰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입니다.
Q. 최근 1억달러 규모의 ‘프라임 펀드’ 조성에 나섰습니다.
A. 네 LG NOVA 출범을 할 때 2000만달러였습니다. 그동안 4000개의 스타트업으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50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스타트업과의 협업 생태계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제 그 성과가 나오고 있죠. 이에 1억달러 규모로 판을 더 키워보기로 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와 같은 펀드를 더 만들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 역시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굴지의 VC 클리어브룩과 손을 잡았습니다. 이스라엘 기업도 펀딩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의 전문성과 노하우까지 우리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겁니다. LG NOVA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겁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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