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비호감[한현정의 직구리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10. 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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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의 탑을 쌓아라.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태평양전쟁 중인 일본의 어느 날 밤, 소년 '마히토'(산토키 소마)는 어머니를 잃는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일본을 은유하기도 한다.

시대 배경부터가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점거하던 1930년대, 마히토의 아버지는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그 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군수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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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그대들은 (그렇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포스터.
“너만의 탑을 쌓아라.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태평양전쟁 중인 일본의 어느 날 밤, 소년 ‘마히토’(산토키 소마)는 어머니를 잃는다. 이듬해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의 고향인 시골 마을로 이사한다. 이상한 기운으로 가득한 새 저택,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꺼리는) 오래된 탑. 소년의 곁을 맴돌던 푸른 깃털의 왜가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한다. 소년은 왜가리를 따라 다른 차원으로 끌려들어간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이세계(異世界)로.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지난 25일 개봉했다. 벌써 4번째 은퇴를 번복한 그가 ‘바람이 분다’(2013)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요, 그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선물받았다는 동명의 소설 제목에서 이름을 빌려온만큼 (그의 작품들 가운데) 자전적 요소가 가장 많이 반영됐다.

작품은 개봉 날 무려 25만명이 봤고, 평가는 엇갈렸다. 아니 혹평이 압도적이다. 개봉 전 99%였던, (실관람객들의 평가인) CGV 에그지수는 66%까지 뚝 떨어지며 처참히 깨져버렸다.

일단 작품 속 ‘이세계’는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혹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일본을 은유하기도 한다. 인간이 아닌 환상의 존재들로 가득하고, 금기도 있으며, 모순적이며 기괴한듯 매혹적이다. 지브리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와 어우러져 황홀하다.

소년 마히토는 이 곳에서 수차례 위험에 빠지지만,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성장한다. 깊은 내면의 상처를 극복해나간다. 이를 통한 메시지는 방대하지만 결국은 명확하다. 마히토가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책(1937)의 내용처럼, ‘스스로 자신을 결정하는 힘’을, ‘인간다운 삶으로 인도하는 가치’를 강조한다.

‘그대들은...’ 스틸.
영화의 미덕은 이것이 전부다.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판타지적 쾌감을 가득 품은 미장센. 아,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까지. 그 외는 불편하거나 불쾌하거나 불친절하다. 상징과 은유는 넘쳐나지만 설명은 부족하다. 난해하고도 난해한 가운데 국내 정서와 반하는 이질감이 드는 설정도 있다. 무엇보다 거부감이 드는 역사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시대 배경부터가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점거하던 1930년대, 마히토의 아버지는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그 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군수업자다. 지워지지 않는 아픔을 안긴 ‘전쟁’은 단지 배경이 된다. 꺾이지 않는 희망을 강조하기 위한 무너져내리는 상황에, 가벼운 모험으로 다루는데 그친다. 전범국가의 미화요, 이기적일만큼 단순하고, 놀라울만큼 자기중심적이며, 찝찝한 자기연민이다.

캐릭터들 역시 이입할 대상이 없다. 그러니 흡입력과 몰입도는 갈수록 떨어진다. 지브리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도 기대 이하다. 담고자 하는 게 많은데 애초에 그것을 담는 그릇 자체가 비호감이요, 내용물들도 촘촘하게 버무려지질 않으니, 이쯤되면 반품이 시급하다.

앞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치솟았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한 방에 냉각시킨다. 반면 작품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이 격한 실망감을 상쇄해줄, 피로한 항로를 위로할 ‘한 방’은 없다. 장기흥행은 어려울 듯하다.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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