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복스홀 가든으로부터 배우기

진혜윤 한남대학교 회화과 조교수 2023. 10.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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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는 축제의 계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스홀 가든은 런던에서 모든 사회적 계층을 매료시키며 가장 인기 있는 위락 정원으로 성장했다.

흥미롭게도 복스홀 가든이 보다 예술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끈 인물은 타이어스와 친구 사이였던 화가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다.

복스홀 가든은 런던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 데 큰 동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위락정원 문화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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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윤 한남대학교 회화과 조교수

여름과 가을 사이는 축제의 계절이다. 지난달 대전시는 '0시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고 곳곳에서 마을축제도 이어졌다. 이러한 행사의 원동력은 문화와 예술이다. 지역색을 토대로 한 여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는 궁극적으로 도시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18세기 런던에서는 이러한 축제가 도심 공원에서 상시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던 장소는 템즈강 남쪽 기슭에 자리한 복스홀 가든(Vauxhall Gardens)이다.

복스홀 가든은 1728년 부동산 개발업자 겸 사업가인 조나단 타이어스(Jonathan Tyers)가 개발한 위락정원(pleasure garden)이다. 위락정원이란 여가와 오락을 위해 조성된 녹지 공간을 말한다. 이것은 18세기 영국의 발명품으로 쉽게 말해 오늘날의 테마파크 또는 유원지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시기 영국에서 탄생한 풍경식 정원(landscape garden)이 권력자들의 사유지에 조성됐던 반면, 위락 정원은 도심 공원에서 상업적으로 향유됐다는 데에서 차이를 둔다. 타이어스는 1660년대부터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쉼터로 쓰이던 곳을 매입해 관목숲과 작은 수로, 동굴, 그리고 무대 역할을 하는 소규모 건축물 등을 갖추고 음악, 춤, 식사, 불꽃놀이, 오페라, 가장무도회, 일루미네이션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유원지로 개발했다. 그는 당시 1실링의 입장료를 부과했는데, 이는 도제나 하인 등 노동계급의 하루 임금을 넘는 큰 액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스홀 가든은 런던에서 모든 사회적 계층을 매료시키며 가장 인기 있는 위락 정원으로 성장했다.

복스홀 가든은 매 시즌마다 10만 명 이상의 입장객을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지배층의 전유물이었던 음악이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으로 음악가 헨델(George Frideric Handel)이 국왕 조지 2세(George II)를 위해 마련한 대규모 관현악 콘서트 '왕궁의 불꽃놀이'의 리허설이 복스홀 가든에서 열렸을 때, 약 1만 2000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몰려 일대 도로가 마비됐을 정도였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복스홀 가든이 보다 예술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끈 인물은 타이어스와 친구 사이였던 화가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다. 호가스는 사회현실을 비극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 그림으로 유명한데, 그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대륙 출신의 예술가들의 활동이 지배적이던 시절 드물게 손꼽히는 자국 출신의 화가다. 그는 건축에서부터 회화와 조각은 물론 조명과 가구, 그리고 테이블 웨어에 이르기까지 복스홀 가든에 영국 고유의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한편 호가스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킨 인물은 프랜시스 헤이먼(Francis Hayman)이다. 초상화가이자 무대미술가였던 그는 복스홀 가든에 자신과 호가스의 그림을 약 2만 개의 석유등으로 장식한 산책로와 임시 파빌리온에 전시했다. 일상과 민속놀이와 같은 가벼운 소재에서부터 대형 역사화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그림은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복스홀 가든은 런던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 데 큰 동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위락정원 문화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미술과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예술이 축제와 같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어떻게 도시의 고유성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지 참고할 만한 사례다. 진혜윤 한남대학교 회화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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