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법사위(종합)] '이재명 국감' 속 정책 외친 소신

박소연 기자, 조준영 기자, 정경훈 기자 2023. 10. 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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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3 국정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평가 대상 의원=권칠승(민), 김승원(민), 김영배(민), 김의겸(민), 박범계(민), 박용진(민), 박주민(민), 박형수(국), 소병철(민), 송기헌(민), 유상범(국), 이탄희(민), 장동혁(국), 전주혜(국), 정점식(국), 조수진(국), 조정훈(시), 김도읍(국, 위원장).

국회 법사위의 2023년 국정감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사실상 '이재명 국감'으로 점철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책 질의로 돋보인 의원들은 있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조 의원은 법무부 대상 국감에서 '부산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의 인터뷰 영상 공개를 통해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의 문제를 짚고, 한동훈 장관으로부터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센터 연내 출범' 약속을 받아냈다. 발로 뛴 현장감 넘치는 문제의식에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사례였다.

한 장관은 이날 국감장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한 데 이어 며칠 뒤 조 의원의 주선으로 피해자와 직접 통화해 보복 협박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조 의원은 이같이 국감장에서 시작된 질의의 파급력을 높이는 남다른 기획력으로 올해 법사위 국감에서 최대 흥행에 성공했다.

조 의원은 또 지방 법원 대상 국감에서 피해자를 직접 참고인으로 부르고, 피해자의 증언에도 '안타깝다'며 피식 웃는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호통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조 의원은 이밖에도 출입국 이민정책, 비자 문제, 형사소송 예규 등 다양한 정책 질의를 소화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 중 드물게 정책질의를 고집하는 소신을 보여줬다. 정책질의 소재는 피감기관과 분야에 제한받지 않았다. 다양성과 참신함이 돋보인 가운데 일반 국민, 그 중에서도 약자, 피해자 보호에 집중하는 일관성을 보여줬다.

신당역 스토킹 사건과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사건까지 보복살인으로 이어진 사건들을 거론하며 단순 살인죄가 아닌 보복범죄로 기소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구 복현동 원룸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가 치료비로 곤란을 겪는 상황에 적극 뛰어들어, 범죄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지원도 이끌어냈다.

형사공탁 특례제도의 문제점도 수차례 짚었다. 지난해 12월 공탁법 개정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모르거나 피해자가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일방적으로 공탁할 수 있게 한 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었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1억5000만원을 공탁하고 4년을 감형 받은 뒤 공탁금을 되찾아간 일도 예로 들었다.

양형 전문 조사관의 확충을 주장하며, 어린 의붓딸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징역 10년에서 8년으로 감형된 배경에 조사관의 잘못된 판단이 있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감사원의 방만한 해외출장 '호캉스'를 문제삼고 검사들의 국외훈련보고서 표절 사태를 지적하며 예산 낭비를 바로잡는 데도 집중했다. 또 음주운전 비위로 견책받고 퇴직한 검사 사례 등 국민 법감정에서 벗어난 솜방망이 카르텔도 건드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경험이 비교적 짧은데도 피감기관을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의 정책질의에 열정을 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국감 보도자료를 선보여 준비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은 검찰에 강하게 맞서고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일부 거친 발언도 있었으나 야당 의원으로서 야성이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의원은 정치적 질의에서 남다른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정책 면에서도 송곳 질의를 해 반전매력도 드러냈다.

'이재명 국감'으로 점철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여당 의원들은 정책질의보단 민주당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국민의힘 장동혁·전주혜 의원은 각각 판사 출신으로서의 실력으로 무장, '이재명 수사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수문장 역할을 했다. 장 의원은 차분하지만 깊고 논리적인 질의를 통해 여야간 전장의 굽이굽이마다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 전 의원은 법사위 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야당 의원 질의의 문제점을 바로바로 지적하고 넘어가는가 하면 정곡을 찌르는 질의로 남다른 공격력을 보였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고성이 난무하는 법사위에서 단 한 차례의 흔들림도 없이 정책과 현안을 넘나드는 차분하고 진중한 질의로 원숙함을 보여줬다.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방식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고성 항의가 일상인 법사위의 여당 간사로서 한 순간도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평화주의자로서 면모를 보여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신임을 받았다. 정 의원의 질의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남다른 깊이감으로 품격을 드러냈단 평가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시종일관 젠틀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송곳 정책질의를 선보였단 평을 받았다.

올해 법사위 국감에서 보인 의원들의 열의 만큼은 어느 상임위에도 뒤지지 않았다. 매번 상임위 중 가장 늦은 10시20분쯤(이른바 '법사위 타임') 시작해 자정 가까이 돼서야 질의를 마치는, 지치지 않는 열정과 체력을 보였다. 지난 13일 다른 상임위들이 '불금'을 즐기려는지 일찍 마감한 날에도 감사원 대상 국감으로 자정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김도읍 위원장은 유독 정쟁으로 물든 올해 국감에서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끝에 극단적인 파행을 피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석에서 질의한단 이유로 야당 의원들이 단체로 퇴장하고 "내려오시라"는 얘기를 들었으며, 자주 불공정한 회의 진행이라는 야당의 항의에 직면했다.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때론 강단있게, 때론 '진행 미숙'을 스스로 인정하고 읍소하며 원활한 진행을 이끌었다. 정점식·소병철 여야 간사도 각각 스타일은 다르지만 여야 협의에서만큼은 서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며 법사위 국감의 안정적 진행을 도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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