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눈을 속여라”, 北 기갑부대 제압할 ‘투명 망토 전차’ 위력은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10. 2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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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대표주자인 K-2 전차의 뒤를 이을 신형 국산 전차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K-2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지난 17~22일 경기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차세대 전차의 최신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차세대 전차는 미래 전장 환경을 고려해 스텔스 형상을 구현하면서 최신 기술을 대거 반영한 형태를 갖췄다. 이같은 모델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K-2 전차가 수출형을 중심으로 성능개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2030년대 차세대 전차가 실용화하면, 수천대의 전차와 장갑차를 보유한 북한군 기계화부대를 질적으로 압도할 전망이다.
현대로템이 구상하는 차세대 전차 개념도. 스텔스 등의 첨단 기술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현대로템 제공
◆스텔스 기능 갖춘 첨단 전차

이번 ADEX에서 공개된 차세대 전차는 중량 55t으로 현대로템이 최근 수년간 선보였던 모델보다 발전된 모습을 갖고 있다. 

K-2 전차와 비교하면 공격력, 방어력, 기동력 등에서 월등하게 향상됐다. 새로운 세대의 전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주포는 K-2 전차에 탑재된 것보다 큰 130㎜ 활강포를 사용한다. 서방에선 오랜 기간 120㎜ 활강포를 사용해왔고, 옛소련의 영향을 받은 국가는 125㎜포를 쓴다. 

그런데 차세대 전차는 이보다 구경이 큰 활강포를 탑재한다.

방호력이 우수한 소재로 전차 장갑을 제작하고, 장갑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 포탄의 성능을 높이는 작업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포의 크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세대 전차는 주포에 더해 대전차미사일을 추가로 장착했다. 이를 통해 포탄의 사거리를 벗어난 가시선 너머에 있는 적군을 공격할 능력을 갖췄다. 최대 공격범위도 3㎞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로템이 고려하는 K-2 전차 성능개량형이 사막을 질주하는 모습을 담은 상상도. 현대로템 제공
다목적 드론을 운용하면서 전장을 정찰할 수도 있다. 포탑은 무인화 기술이 적용되어 승무원 숫자가 기존보다 줄어든 2~3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제한된 중량 범위 내에서 방어력을 높이는 기술도 적용됐다.

전차 장갑을 강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중량이 지나치게 늘어난다. 이는 유사시 교량을 이용하는데 장애물이 된다. 방어력 강화와 중량 억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신소재를 활용한 신기술이 필수다.

차세대 전차는 경량화된 세라믹 복합장갑을 통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적군의 포탄 공격을 막아내는 능력을 높이게 된다. 

전차 외곽에는 반응장갑을 추가한다. 적 대전차미사일이 전차에 명중할 때 반응장갑이 함께 폭발하면서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한다. 승무원이 탑승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방어하는 캡슐형 승무원실도 눈에 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전차를 다수 파괴했던 대전차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능동파괴장치(APS)도 장착된다. 

APS는 전차로 접근하는 미사일을 향해 요격탄을 발사, 파괴하는 장치다. 

최근 전차를 새롭게 도입하는 국가들은 APS 장착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에 수출하고자 개발된 K-2PL 전차도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트로피 APS를 활용한다. 

차세대 전차도 APS를 탑재,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하게 된다. 다만 현대로템은 APS를 점진적으로 국산화할 방침이어서 차세대 전차에는 국산 APS가 쓰일 가능성도 있다.

적군에 포착될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스텔스 기술은 차세대 전차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전차미사일은 레이저, 적외선, 밀리미터파 등으로 전차를 포착한 뒤 공격한다.

차세대 전차는 스텔스 기술을 적용해 대전차미사일에 탑재된 유도 신호를 교란한다. 미사일은 눈앞에 있는 표적을 찾지 못하게 되고, 전차는 미사일 공격을 회피함으로써 생존성을 높인다.
현대로템이 구상중인 차세대 전차가 폐허가 된 건물 앞에 놓여 있는 모습을 묘사한 상상도. 현대로템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전차 중 다수가 우크라이나군 대전차미사일에 파괴된 전례를 피할 수 있다. 

스텔스 기술의 또다른 형태는 저소음이다. 매복해 있던 보병이 엔진음을 듣고 전차를 공격할 준비를 할 수 있다. 

지면의 진동이나 소리를 청취해 적군이 접근하는 것을 알리는 센서도 국내외 방산업체들이 개발한 상태다.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면 그만큼 적군에게 포착될 위험을 낮추는 셈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전차는 수소연료전지 기반 동력원 및 전동화 추진시스템을 채택, 소음을 낮출 방침이다. 또한 고무궤도를 사용해 소음과 진동을 저감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및 원격운용이 가능하다. 

또한 지능형 지휘통제 및 사격통제 체계를 갖춰 타격력을 극대화하면서 아군의 피해를 낮추게 된다. 여러 대의 적 전차와 교전하게 될 때도 AI에 의해 표적을 선정,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차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는 핵심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의 신뢰성 등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군 당국이 차세대 전차에 대한 소요를 구체화한다면 선행연구와 국방중기계획 반영 등의 절차를 거쳐 체계개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전차 압도할 능력 갖춰

차세대 전차가 구현할 성능은 북한이 운용중인 기갑전력을 월등하게 앞서는 수준이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전차를 선보였다. 신형 전차는 북한이 냉전 시절부터 쓰던 옛소련 전차와는 달리 미국산 M-1 전차를 떠올리게 하는 외형을 지녔다. 

주포 외에도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해 공격력을 강화했으며, 신형 전차장 조준경과 포수 조준경 등을 장착한 정황도 있다. 레이저 경보 수신기와 연막탄 탑재도 눈에 띈다. 주포는 125㎜ 활강포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27일 열린 정전협정 70주년 열병식에서는 전차 측면과 포탑에 장갑을 추가한 형태가 등장했다. 전차로 날아오는 대전차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동파괴장치(APS)를 운용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북한군 신형 전차들이 지난 7월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열병식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들이 실질적인 전투력을 발휘한다고 가정한다면, 옛소련 전차를 개조했던 천마호 전차 등과 비교할 때 큰 폭의 기술적 발전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북한의 신형 전차가 한국의 차세대 전차와 대등하게 교전할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K-2 전차와 비교해도 성능 측면에서의 격차는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북한 신형 전차는 방호력이나 기동력 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열병식에서만 등장했을 뿐 기동훈련이나 사격훈련이 공개되지도 않았다. 일각에선 북한이 정치적 과시를 목적으로 신형 전차를 노출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K-2 전차보다 우수한 차세대 전차는 드론 등을 통해 북한군 신형 전차의 접근을 먼저 포착하고 130㎜ 주포나 대전차미사일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한국 육군 K-2 전차가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서 북한군 전차에 먼저 포착될 위험도 기존 전차보다 훨씬 낮다. 북한 신형 전차가 수적 우위를 앞세울 수 있지만,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차세대 전차보다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해외 시장에서도 차세대 전차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구상대로 차세대 전차가 개발되면 M-1A2(미국), 레오파르트2A7(독일) 등 서방 세계에서 쓰이는 전차의 성능을 넘어선다.

현재 미래형 전차로서 등장한 것은 독일 라인메탈사가 선보인 KF-51 판터 전차다. 지난해 유로사토리에서 공개된 KF-51은 중량이 59t에 달한다. 130㎜ 활강포와 대전차미사일, 드론을 탑재한다. 

이와 함께 프랑스와 독일이 미래 전차를 공동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이 M-1 전차의 후속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M-48 전차를 국내에서 생산했을 때는 선진국과의 기술적 격차가 컸다. 하지만 냉전 이후 선진국에서 전차 개발 대신 성능개량에 집중하면서 차세대 모델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독일 라인메탈의 KF-51 전차. 라인메탈 제공
그동안 한국은 K-2 전차를 개발해 운용하면서 폴란드에 수출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를 토대로 K-2 성능개량을 통한 수출형 전차를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의 신형 전차 개발이 잠시 멈췄던 상황에서 한국이 차세대 전차를 빠르게 개발해 실용화한다면, 미국과 유럽의 미래 전차와는 성능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중화기를 대량 운용하는 한국군의 특성에 힘입어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비용 절감 효과도 얻는다. 

차세대 전차가 실제로 10년 안팎의 기간을 두고 실용화된다면, 2030년대 해외 전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방위산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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