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윤석열 vs 이준석 대결, 깜빡 속을뻔한 여론조사 왜?
내년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 발(發) 신당 출현에 대한 여론조사로 뜨거웠던 한 주였습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윤석열 신당보다 파급효과가 더 크게 나온 미디어토마토의 여론 조사였는데요. 하나하나 뜯어보지 않으면 깜빡 속고 넘어갈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신당 여론조사가 어떻게 나왔고, 어떤 부분이 잘못 됐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신당 14.2% vs 이준석 신당 17.7%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죠. 윤석열 신당의 지지율이 14.2%로 유승민·이준석 신당의 지지율 17.7%보다 낮다는 보도가 많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먼저 이번 조사의 정당지지도를 살펴보면 민주당 46.6%, 국민의힘 30.4%입니다. 양당의 지지율 차이가 무려 16.2%p나 되는데요. 미디어토마토의 조사는 다른 기관의 조사에 비해 민주당에 유리하게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신당' 창당 시 지지 정당을 물었더니 민주당 47.5%, 국민의힘 19%, 윤석열 신당 14.2%, 정의당 2.7%, 기타정당 3.1%, 없음·무응답 13.5%로 나타났습니다. 또 유승민·이준석 신당 창당 시에는 민주당 38.1%, 국민의힘 26.1%, 유승민·이준석 신당 17.7%, 정의당 3.1%, 기타 정당 2.8%, 없음·무응답 12.2%로 조사됐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윤석열 신당은 보수를 양분하고, 유승민·이준석 신당은 민주당에 더 많이 타격을 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는데요. 신당의 지지율을 단순 비교해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윤석열 신당보다 파괴력이 더 세다는 해석도 따랐습니다.
먼저 윤석열 신당의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윤석열 신당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요. 실제 신당 창당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있는데 굳이 창당을 할 이유가 없어요. 국정지지율이 30%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신당 창당을 어렵게 하고 있죠. 윤 대통령 이름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봤자 실익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신당 창당하면 리모델링 형태 가능성
그래도 윤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당을 리모델링하는 방안, 그 자리에 재건축하는 방안, 다른 곳에서 신축하는 방안 3가지가 있는데요.
리모델링은 국민의힘이 지지율 반전을 위해 일부 외부 인사들을 영입하고 혁신하는 차원에서 당명을 바꾸는 수준입니다.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15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자유당을 신한국당 간판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입니다. '무늬만 창당'이라고 할 수 있죠.
재건축을 통한 창당은 국민의힘을 부수고 보수 진영뿐 아니라 제3지대까지 흡수해 그 자리에 빅텐트를 치는 일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16대 총선을 앞두고 2000년 1월 새정치국민회의를 확대개편해 새천년민주당으로 만든 사례입니다.
다음으로 대통령과 범친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힘을 탈당한 후 새로운 여당을 만드는 방안인데요. 2003년 11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진영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리모델링 아니면 간단한 재건축입니다. 기존에 국민의힘을 그냥 두고 집단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열린우리당' 방식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현재 대통령 지지율로 볼 때 이런 방식은 거의 '자폭'이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미디어토마토는 국민의힘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윤석열 신당까지 넣어 정당지지율을 물었는데요. 응답자들도 상당히 혼란을 일으켰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단순히 국민의힘과 윤석열 신당으로 양분돼 응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신당이 생긴다면 지지율이 고작 14.2%에 불과할 것이라는 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민주당 지지자 전략적으로 이준석 선택
이번에는 유승민·이준석 신당 여론조사를 보도록 하죠.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17.7%가 유승민·이준석 신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 지지자의 17.9%, 국민의힘 지지자의 13.9%, 정의당 지지자의 16.9%, 기타 정당 지지자의 20.6%, 없음 응답자의 25.4%, 잘모름 응답자의 3.8%로 조사됐습니다. 이래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창당되면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71.8%나 되는데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나오면 50.5%로 21.3%p나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어요. 반면에 호남에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17.9%를 얻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5.5%p 오르는 것으로 집계됐어요.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생기면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다는 얘기는 황당합니다.
충청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민주당지지율이 51.9%나 됐는데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창당되면 44.0%로 줄어듭니다. 대신 국민의힘 지지지율은 27.6%에서 24.7%로 큰 변동이 없고, 신당은 15.0%로 나왔습니다. 이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을 싫어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응답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정작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금 시점에 신당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2017년 1월 '개혁 보수'를 내걸고 창당한 바른정당은 한달 만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사례가 있습니다. 범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와 유력 대권주자 영입에 실패하면서 창당 직전 17%를 웃돌던 지지율이 창당 한 달 후에는 5-6%대로 추락했어요.
유승민과 이준석을 주축으로 하는 개혁 보수세력이 내년 총선까지 신당의 불씨를 살려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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