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쓸모라는 억압에 맞짱 뜨라”…강신주의 ‘장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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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강신주가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며 대중들에게 '내 삶의 주인 되기'를 강조해온 그가 이번엔 '쓸모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 맞짱을 떴다.
그러면서 고전 '장자'에 나오는 '황천 이야기'를 통해 '쓸모없음의 쓸모'를 역설한다.
'장자' 속 이야기에 들어 있는 그 의미를 꼭꼭 씹어서 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밥상을 차리고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철학자 강신주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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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가지 이야기 추려 해설
쓸모 과잉 시대 비판적으로 접근
철학적 사유·나다운 삶으로 안내
강신주의 장자수업 1·2
강신주 지음 l EBS북스 l 각 권 1만9000원
철학자 강신주가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며 대중들에게 ‘내 삶의 주인 되기’를 강조해온 그가 이번엔 ‘쓸모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 맞짱을 떴다. 그는 지난 23일부터 교육방송(EBS) 프로그램 ‘철학 대기획 강신주의 장자수업’(월~목, 밤 12시 방송)을 진행하면서 ‘강신주의 장자수업’이란 책을 함께 내놨다.
강신주는 대학에서 장자를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여년간 장자의 사유를 숙고해 여러 책도 펴냈다. 그런데도 또다시 장자책을 쓴 이유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철학서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엔 장자는 국가나 사회에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부수고 과연 그 ‘쓸모’가 누구를 위한 ‘쓸모’인지 묻는 혁신적인 사상가다. 장자가 살았던 2500년 전 중국 전국시대는 치열한 경쟁 시대였다. 군주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 등용에 혈안이었다. 당시 제자백가들은 자신의 말을 따르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들은 모두 ‘쓸모 있음’을 강조했다. 전국시대나 지금이나 ‘쓸모 있는 인재가 돼야 한다’는 논리는 비슷한 셈이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보는 저자는 무비판적으로 ‘쓸모 있음’만을 지향하다간 지배와 착취를 공고히 하는 지배 체제에 포섭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고전 ‘장자’에 나오는 ‘황천 이야기’를 통해 ‘쓸모없음의 쓸모’를 역설한다. 내가 밟고 있는 쓸모 있는 땅을 제외하고 쓸모없는 땅을 지하 세계 황천까지 파내버린다면 결국 나는 수천, 수만 킬로미터 높이의 꼭대기에 서 있는 형국이 돼 황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쓸모’만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논리를 기가 막힌 비유로 깨버리니 독자는 통쾌함을 느낀다.
저자가 들려주는 ‘장자’ 속 다양한 이야기는 옛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짧은 우화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명쾌하게 해설해준다. ‘당신 지금 그렇게 사는 게 맞아?’ ‘당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게 맞아?’라고 묻는 것 같은 저자의 서술 방식은 흡입력이 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국가나 자본의 ‘쓸모’가 아닌 ‘나의 삶’을 위한 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쓸모 없음의 철학’(무용) 외에도 강신주는 장자를 ‘타자의 철학자’, ‘문맥주의자’로 정의한다. 그는 장자 사상의 진수를 우리 삶과 연결해 원자화되고 고립무원인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마주침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준다. 또 ‘이것만이 원칙’이라는 ‘모든주의’에 날을 곤두세우고 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문맥들로 가득한지, 또 ‘나만의 문맥’을 만들기 위해 삶을 어떻게 긍정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기획편집을 맡은 최재진 편집자는 “저자의 기존 장자 책은 박사 논문을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라면, 이번 책은 장자에 들어 있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저자가 48가지 이야기를 추려내고 쉽게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대중서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한다. ‘장자’ 속 이야기에 들어 있는 그 의미를 꼭꼭 씹어서 내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도록 밥상을 차리고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철학자 강신주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다운 삶’에 대해 고민한다면, 이 책을 손에 들고 장자의 그 넓고 자유로운 세계에 풍덩 빠져보자.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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