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인구감소시대 농촌재생의 핵심과제

관리자 2023. 10.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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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에 인구감소·초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농촌지역의 청년층 유출은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 그리고 '지방 과소'라는 거시적 대립 구도로는 전면 개방 시대의 수도권 인구 블랙홀을 해소할 방도가 없으며, 지역재생의 해법은 도시의 외연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내생적·순환적 지역경제 구축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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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년에 인구감소·초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농촌지역의 청년층 유출은 심화하고 있다. 이에 농촌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 마련에 모든 지역이 부심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귀농귀촌 프로그램, 출생률 증가 정책, 각종 일자리 사업 등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의도한 정책 목표가 지역에 뿌리내리는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보다 10여년 앞서 인구감소 시대를 맞은 일본의 경우 2기 아베 정권에서 지방창생(地方創生·지방활성화)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수도권의 인구집중 추세는 여전히 계속돼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최근에는 지방 인구증가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인구감소 또는 정체를 전제로 한 지역 활성화 내지 ‘창조적 과소(過疎)’를 현실적 목표로 설정하자는 움직임이 대두했다. ‘수도권 과밀’ 그리고 ‘지방 과소’라는 거시적 대립 구도로는 전면 개방 시대의 수도권 인구 블랙홀을 해소할 방도가 없으며, 지역재생의 해법은 도시의 외연 확장이 아니라 새로운 내생적·순환적 지역경제 구축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 일본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산촌으로, 인구 5000여명 규모의 기초지자체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이 있다. 이 지역은 고령화율이 50%를 넘고 인구 유출이 급진전되는 등 어려운 환경에 처했지만, 이런 여건에서도 이주자, 복수지역 거주민 등과 원주민이 계속해서 다양한 사업을 만들고 있다. 이에 가미야마정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관심이 높다.

일본에서 지역재생의 성공모델로 불리는 가미야마정와 관련해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일찍부터 이 지역의 미래를 고민한 핵심 주민 그룹이 30여년간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는 사실이다. 이 그룹은 주민의식 계발, 지역에 필요한 유형의 이주자 유치, 민관 협치 등을 이끌어왔다. 1990년 국제 민간 교류활동부터 시작해 원어민 교사 연수시설 제공, 국내외 예술가 장기체류 지원, 정보통신(IT) 기업의 원격사무소 유치, 이주교류지원센터 설립 및 이주자의 선별 정착 지원까지, 모두 ‘그린밸리’라는 이름의 주민 자원봉사단체가 민관 협력사업을 주도하고 성과를 냈다. 오늘날 가미야마정은 다양한 국내외 경험을 지닌 청년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자생적 선순환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올 9월에 발간된 ‘가미야마: 지역재생의 교과서’라는 책에서는 성공모델인 가미야마정의 특징을 다양성과 우발성 두가지로 요약한다. 여기에서 다양성이란 개방성과 창의성을 뜻하며, 우발성이란 사전에 수립된 계획이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발전의 내용을 채워간다는 의미다.

한국과 일본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인구감소 시대 농촌재생 대책의 출발점은 지역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능력과 경험을 지닌 인재 확보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이 지역으로 유입되도록 토대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재정 투입에 의존하는 획일적인 시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지역재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사업추진 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민관 협력관계의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종래의 ‘정부 주도 민간 참여’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 정부 지원’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성을 달리하는, 내 고장에 대한 애착과 경험·지식을 지닌 자원봉사단체들의 꾸준한 활동이 있어야 하고, 변화를 위한 긴 호흡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영일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 대표·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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