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박정희 띄우고 박근혜 감쌌다…보수통합 심혈
총선 앞두고 보수층 결집 기대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장으로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1년5개월 만에 만났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탄핵'으로 얽힌 박 전 대통령을 위로하며 보수층 결집에 박차를 가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후 첫 일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으로 향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박 전 대통령 참석도 예정돼 있었다.
윤 대통령은 추도식장에 도착, 먼저 와서 앉아 있던 박 전 대통령과 악수했다. 박 전 대통령도 웃으며 윤 대통령의 손을 마주 잡았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대면한 것은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의 취임식 이후 1년5개월 만이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여권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연일 '민생', '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고 보수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의 민심도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 전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보수 진영에 전하는 메시지의 의미가 크다. '탄핵'이라는 악연으로 얽힌 두 사람이 웃으며 만난 것으로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이 보수층 결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와 유신독재라는 공과가 명확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하면 된다'는 기치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모아 이 나라의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하셨다"며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 내신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됐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해 왔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국가의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습니다만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 내신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 저는 이분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늘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심과 함께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감싼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국정농단 특검팀의 수사팀장을 맡았었고,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 구속까지 됐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간접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자녀로서 그동안 겪으신 슬픔에 대하여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부모가 시해된 아픔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을 당시에도 "참 면목 없습니다. 그리고 늘 죄송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배석했던 유용하 변호사가 전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도 순방 직후 곧바로 추도식장으로 달려온 윤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며 화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시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 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신뢰도 보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정부와 국민께서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도식 종료 후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며 고인의 뜻과 업적을 기렸다. 헌화 및 분향 이후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충분히 소통하셨고 위로 해주시고 추모해 주시면서 많은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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