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니와 하마스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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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 총탄을 맞은 인민군들은 하나같이 그리운 어머니를 목놓아 불렀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5일 공개한 하마스 대원의 보디캠 영상에는 그가 이스라엘 민가를 돌아다니며 총질을 해대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한 하마스는 민간인을 학살, 납치하면서 촬영한 영상들을 소셜미디어(SNS)에 마구잡이로 퍼뜨렸다.
'오마니'를 외치고 빙글빙글 돌며 쓰러지는 뻔한 장면만으로도 전쟁을 충분히 '생생하게' 느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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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니!” 총탄을 맞은 인민군들은 하나같이 그리운 어머니를 목놓아 불렀다. 그러고는 한 바퀴 빙글 돌며 고꾸라진다. 1970~80년대 반공 단막극 ‘배달의 기수’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장면이다. 매번 국군이 이기는 뻔한 내용이었지만, 전투 신만은 제법 실감이 나서 손에 땀을 쥐곤 했다. 어릴 적 배달의 기수로 전쟁을 접한 세대라면 누구나 품었을 만한 의문 한 가지. '진짜 총 맞아 죽는 순간에 엄마도 부르고 텀블링도 할 수 있을까?'
하마스 대원은 총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억!” 소리만 반사적으로 튀어나왔을 뿐. 이스라엘군이 지난 15일 공개한 하마스 대원의 보디캠 영상에는 그가 이스라엘 민가를 돌아다니며 총질을 해대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본인이 사살되는 순간도 함께. 누군가 실제로 목숨을 잃는 장면들이지만 마치 1인칭 슈팅게임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제 전쟁은 드라마보다 더 비현실적이다. ‘오마니’ 같은 클리셰도, ‘해피엔딩’도 없기에 비정하고 절망적이다.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한 하마스는 민간인을 학살, 납치하면서 촬영한 영상들을 소셜미디어(SNS)에 마구잡이로 퍼뜨렸다.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여성이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울부짖고, 함께 붙잡힌 남자친구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 채 끌려갈 뿐이다. 괴한들은 서로가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조롱하듯 촬영했다. 민간인들이 탄 차량에 무차별 총질을 하고 땅바닥에서 꿈틀대는 부상자를 확인 사살하는 장면도 SNS에 여과 없이 퍼져나갔다. 심지어 인질의 SNS 계정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며 가족과 지인들에게 불안을 직접 전파하기도 한다.
과거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집단이 써먹던 공포와 광기의 확산 전략은 하마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비슷한 방식으로 심리전을 펴고 있다. 하마스의 근거지를 급습했다며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민간인들이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와 시신을 옮기는 장면 등을 그대로 공개하는 식이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영상들 외에도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왜곡된 이야기,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가짜뉴스까지 마구 쏟아진다. 일부 SNS에선 ‘민감한 콘텐츠’ 경고나 삭제조치 같은 최소한의 자정 장치마저 무력화되면서 현실과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또 다른 전장이 된 SNS는 그 자체로 지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소셜미디어가 자정 능력을 키우도록 사회적, 법적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다. 더 무서운 건, 본격적인 전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외신과 SNS 등으로 전해지는 현장 영상들을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그사이 영상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은 적잖이 흔들렸다. 피가 흥건한 병원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 시신들 위에 블러 처리를 하고 자막을 입힌 영상을 출고하다 보면 자괴감도 엄습한다. 대체 이 전쟁을 어디까지 자세하게 알려야 하는 걸까. ‘오마니’를 외치고 빙글빙글 돌며 쓰러지는 뻔한 장면만으로도 전쟁을 충분히 ‘생생하게’ 느꼈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박서강 기획영상부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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