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자원전쟁

강기택 산업1부장 2023. 10. 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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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뛸 때 사고 떨어질 때 팔았다. '백년대계'를 도모했지만 '5년 정권'이 정쟁의 도구로 썼다. '적폐'라고 몰아세워 정치적 이익은 얻었을지 모르나 국가는 보다 위태로워졌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비용을 더 치러야 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 등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았다.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다 85달러 언저리에 있다. 확전이 될 경우 1973년 10월 4차 중동전쟁으로 인한 오일쇼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중동 산유국이 원유가격을 올리면서 이를 수입하던 국가가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뛴 것도 이미 경험한 터다.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74%다. 중동과의 자원외교는 생존과 번영의 필수조건이다.

석유만이 아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저사양 AI칩의 수출금지와 우회 경로 차단 등을 골자로 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로 내놓았다. 그러자 중국이 12월 1일부터 2차 전지의 핵심원료인 흑연을 수출허가 품목으로 지정했다. 흑연은 중국이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지난 8월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한데 이어 흑연까지 규제범위를 넓히며 '핵심 광물의 무기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90% 이상의 흑연을 들여오는 국내 기업들은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포스코퓨처엠이 중국에서 수입한 천연흑연으로 음극재를 만들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에 공급하는 배터리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렇듯 에너지 수요의 93%, 광물의 95%를 수입하기 때문에 자원 확보는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절실하다. 이미 2021년 요소수 사태를 겪으며 산업과 물류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절절히 체험했다.

그런 나라에서 자원개발은 중단된 것과 마찬가지다. 김대중정부에서 입안해 노무현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이어지던 자원개발은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금기어가 됐다. 세액공제을 없애고 예산을 줄였다.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2015년 15.5%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0.5%로 쪼그라 들었다. 지난해 공기업의 광물자원 신규사업은 '0'이었다. 반면 일본의 자주개발률은 2015년 27%에서 2021년 40.1%로 높아졌다. 일본은 종합상사와 정부가 협력하는 자원개발 체제를 유지,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와 미쓰이물산 등의 천연가스 취급물량은 로열더치셀, 엑손모빌, BP에 이어 4,5위 수준이다. 이는 워런 버핏 등의 투자로 이어졌다.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무너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만 일본 종합상사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뿐이지만 그마저도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다른 종합상사들의 자원개발은 더 미미하다. 일본과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런 양상이 집약된 사례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마다가스카라 암바토비 니켈광산이다. 배터리 소재인 니켈 수요가 폭발하면서 사업성을 회복했지만 애물단지라 여겨 어떻게든 팔려고 했다. 초기에 한일 양국 지분은 같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일본 스미토모상사가 최대주주가 됐다. 이 광산은 노무현정부 시절이던 2006년 광해공업공단(당시 광물자원공사), STX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매입했던 것이다. 17년이 걸려서야 가치를 인정받은 셈인데, 긴 안목과 호흡의 중요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뒤늦었지만 정부가 자원개발의 중심축을 민간에 두고 공공이 지원하는 큰 틀을 잡았다. 작년부터 예산을 늘리며 걸음마를 뗐다. 이제 다시는 자원개발을 정치공학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흑연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든 이유가 '국가안보와 이익'이었음을 잊으면 안 된다.

강기택 산업1부장 acek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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