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분야 경쟁력” 한국 제조업, 10년 뒤에도 듣게 되겠나
우리나라가 사우디·UAE 등 중동 국가들로부터 사업 및 투자 파트너가 돼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리는 건설·자동차·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은 물론 방위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경제·안보 체제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중동 국가들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대통령 중동 순방 기간 중 우리 기업은 사우디·UAE·카타르 등과 모두 792억달러(약 106조8000억원)의 투자 유치 혹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투자 계약이 체결된 업종은 에너지·인프라·전기차·방산 등 주력 산업을 대부분 포함한다. 50년 전 사막의 건설 현장에서 노동력과 영세한 장비로 달러를 벌던 나라가,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군을 갖춘 선진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2018년 지표를 기준으로 산정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독일, 중국에 이어 3위였다. 1990년 17위에서 수직 상승했다. 조선·디스플레이 1위, 석유화학 4위, 자동차·가공 공작기계·철강 6위다. 반도체 메모리와 2차 전지 분야에선 실질적인 1위 기업도 확보하고 있다. 총 한 자루 못 만들던 나라가 첨단 자주포를 생산하는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이 됐다. 기업가의 혁신, 근로자의 땀, 정부의 지원이 결합해서 이룬 성과다.
하지만 10~20년 후에도 우리가 이런 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수출 경쟁력을 잃어 수입을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품목이 지난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9개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1992년 수교 이래 줄곧 흑자를 냈던 대중 무역은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우려된다.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중국은 136개를 올린 반면 우리는 16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TSMC를 앞세운 대만에 1인당 GDP가 역전됐다. 반도체 한 품목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편중 현상으로 반도체 경기 부침에 전체 국가 경제가 출렁이는 취약한 구조도 바뀌지 않고 있다.
앞서 있던 국가나 기업이 추월당한 뒤 다시 그 지위를 회복하기는 정말 어렵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로 혁신하지 않으면 유지는커녕 도태되고 만다. 앞서 있는 기술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기후변화 등 세계사적 흐름에 대응하면서 우리의 강점인 융합형 제품·산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후진적인 교육이 바뀌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변하고, 규제를 없애 창의성과 실험 정신이 만개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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