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인요한 혁신위, 전권을 쟁취하라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2023. 10. 27.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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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은 당대표가 주는 게 아닌
혁신위원장이 쟁취하는 것
“나는 이거 안 해도 그만이지만
당신들은 다 죽어…” 협박이라도
성공 가능성은 거기서 시작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어려움’에는 두 가지 종(種)이 있다. 문제의 답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있고, 문제의 답은 명확한데 그걸 선택해서 실천하는 게 어려운 종류가 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전자라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후자다. 음식을 조절해서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지만 그걸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대체로 전자는 능력과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고 후자는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혁신위 같은 정치권의 비상기구는 대체로 이 두 가지 어려움에 동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성공이 힘들다. 일단 정치권 안은 물론이거니와 바깥에는 거대 정당의 혁신기구를 책임질 만한 전문적 능력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 세상에 대한 통찰과 자기 영역에서의 전문성에 더해 지명도까지 겸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치의 메커니즘, 정당 구성원들의 생리와 욕망, 전통적 지지층과 중도층의 길항 관계, 언론과 여론을 상대하는 방법 등 복잡다단한 암묵지를 꿰뚫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정치권 밖에서 그런 인물을 본 적이 없다. 의지와 결단의 영역은 더 어렵다. 제도적 권력, 카리스마, 구성원뿐 아니라 대중의 지지를 갖춰야 정당이라는 유기체에게 쓴 약을 먹이고 강제로 운동을 시킬 수 있는 법인데 갑자기 세워진 혁신위에 그걸 바라면 도둑놈 심보다.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이미 100여 년 전에 “정치란 정열과 목측(目測) 능력을 동시에 갖고서 단단한 널빤지에 강하게 또 천천히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이제 출발한 국민의힘 혁신위의 전망 역시 밝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895년부터 지금까지 교육, 의료, 선교, 항일, 민주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다방면에 걸쳐 엄청난 헌신과 기여를 한 가문의 구성원이다. 본인의 상징성도 다른 가족들에게 빠지지 않는다. 여권의 한 인사가 “지난 대선 이후 우리가 누군가를 세웠는데 민주당이 비난을 안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 인지도는 정치의 필요조건에 속하는 것일 뿐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 구성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여럿이 추천했지만 껄끄러워서 제안 리스트에서 빠진 인물도 있고 어차피 이 혁신위가 잘 안 돌아갈 것 같아서 고사했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과반의 여성, MZ세대 6명이라는 모양새를 갖춰서 혁신위를 구성했지만 난제의 해법을 내놓을 만한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혁신위 스스로도 복잡한 문제의 답을 찾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대한 욕심과 눈높이는 낮추는 게 좋을 것 같다. 대신 의지와 결단의 영역 쪽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지금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처해 있는 어려움, 그에 대한 해법은 훤히 보인다.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이후에 신문과 방송뿐 아니라 동네 맥줏집에서도 옳은 말이 넘쳐 흐르고 있다. 이 지면에서 다시 한번 반복해줄 수도 있다. ‘이념이 아니라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친한 사람 말고 실력 있는 사람, 쓴소리하는 사람 써야 한다’ ‘누가 봐도 문제 있는 사람은 털어내야 한다’ ‘윤심보다 당심, 당심보다 민심을 중히 여기라.’ 뻔하지만 옳은 말을 열 문장도 더 쓸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도 있다. ‘이준석을 정 끌어안기 싫으면 그가 주장하는 내용만 쏙 빼먹으면 된다’ 같은 것이 있겠다.

김기현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그 말 믿으면 안 된다. 전권이라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유니콘일뿐더러 어딘가에 있다고 해도 김 대표가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줄 수도 없다. “전권은 당대표가 부여하는 게 아니라 혁신위원장이 쟁취하는 것”이라는 혁신위원장 유경험자 홍준표 대구시장 말이 맞는다.

그러니 이제부터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당과 대통령실을 향해 고함지르고, 강권해야 한다. 그래도 안 통하면 “내 말 안 들으면 병원으로 돌아간다. 나는 이거 안 하면 그만이지만 당신들은 다 죽는다”고 협박해야 한다. 그래야 이 세상에 없던 전권이 생길 수도 있고, 그나마 혁신위의 성공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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