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4000여 스타트업 지원… LG전자 파트너 후보에 50여 곳 뽑혀
2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이버니아 전시장.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3차원(3D) 컴퓨터 그래픽 스타트업 ‘아고라 월드’의 이선 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마이크를 들자, 그의 앞에 있는 모니터에 4분으로 설정된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코딩을 못 하는 사람도 가상현실(VR)용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사업 소개를 들은 심사위원들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실리콘밸리의 유사 스타트업들을 제치고 메타 같은 빅테크와의 협력을 따낼 수 있느냐” 같은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한 스타트업 ‘브라이트스캔’ 관계자 역시 “언급한 특허가 얼마나 대단한건지 설명해 달라” 같은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이 스타트업들은 모두 LG전자가 주최한 ‘이노베이션 페스티벌 2023′에서 열린 공모전에 나선 업체다. 이 곳에서 LG전자 관계자와 투자사의 눈에 들면, 향후 LG전자와의 신사업 협력의 가능성은 물론 투자 기회도 주어진다. 지난 2년간 4000여 스타트업이 공모전에 지원했지만 LG전자의 ‘파트너십 후보군’으로 선정된 회사는 50여 곳에 불과하다.
전시장 한편에선 LG전자의 TV 운영체제인 ‘웹OS’에 적용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소개하는 경연도 열리고 있었다. 윤태봉 LG전자 북미지역대표(부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선 이 경연에서 1~3위 입상을 하면 웹OS에서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LG전자가 이처럼 스타트업 발굴에 힘쓰는 배경에는 ‘가전·TV 제조 등 하드웨어 사업을 벗어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절실함이 있다. 스타트업 발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LG북미이노베이션센터(NOVA)의 이석우 센터장(전무)은 “LG전자가 원래 잘하던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리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 등 LG전자가 안 가본 길을 찾는 데 더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전무는 “LG전자 내부의 연구·개발(R&D)만으론 신사업을 발굴하기 어렵고, 아웃사이드 인(외부의 기술을 끌어들이는 것)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은 스타트업 수백 개를 인수하고, 그중 한두 개만 성공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지만 LG는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며 “대신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등 합작 경험이 많은 게 LG의 장점”이라고 했다.
한편 LG NOVA는 지난 8월 대형 벤처투자사(VC) 클리어브룩과 함께 스타트업 발굴 및 협력을 위한 1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전무는 “전문 VC가 합류한 만큼 더욱 양질의 스타트업을 선별, 협력하며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첫 단계로 지난해 선발한 스타트업과 수개월 내 합작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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