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시 날개 달았다, 삼성·SK 살린 ‘구세주’

이해인 기자 2023. 10.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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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마이크론도 실적 개선… AI 열풍 타고 부활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DDR5 등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6일 “올해 3분기에 매출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분기 대비 매출은 24% 늘었고 적자 폭은 38% 줄었다. 특히 주력 사업인 D램 부문은 2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SK하이닉스는 “대표적인 인공지능(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함께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전자 산업의 불황이 마침내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앞서 지난 11일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반도체 감산에 힘입어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감산 효과로 인한 재고 감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고 AI 열풍에 힘입어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AI 열풍 타고 살아나는 반도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개선은 HBM3, DDR5 등 AI용 메모리 판매가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출하량이 직전 분기 대비 약 20% 늘어났고 평균판매가격(ASP)도 10% 상승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앞서 올해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 분야가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사업 부문별 실적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D램 부문에서 1000억~6000억원 수준의 흑자를 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D램 부문은 지난 1분기 1조2690억원, 2분기 5290억원 적자였다.

삼성전자도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은 3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2분기 각 4조원이 넘었던 적자 폭을 상당 부분 줄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HBM3 가격은 일반 D램의 5배 정도다. 삼성은 조만간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HBM3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지난달 4분기(6~8월) 실적 발표에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고 밝히며 업황 반등 신호를 보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에서 “이제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수요 증가, 고객 재고 정상화, 업계 전반의 공급 감산으로 인해 가격 및 수익성 개선과 함께 매출 증대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고 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하락하던 D램 가격은 9월 하락세가 멈췄고, 4분기에는 반등할 전망이다.

◇4분기에 호조 이어갈까

4분기와 내년 초 전망도 밝은 편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가격 인상 전 선제적 재고 구매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4분기부터는 D램, 낸드 가격의 동반 상승이 예상돼 업황 개선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부문 적자 규모가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 LPDDR5 등 고부가가치 주력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회사는 첨단 10나노 공정을 중심으로 D램 공정을 전환하는 한편 HBM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AI용 서버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가 더해지며 고용량, 고성능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PC, 스마트폰, 서버 등 수요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일본 메모리 기업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인수 컨소시엄에 4조원 가량을 투자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양사 합병 건에 대해 당사는 투자 자산 가치를 고려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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