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체중감량 시대… 성능 높아지고 탄소 배출은 줄어 [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철보다 강도 10배 높은 소재…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 각광
가볍고 튼튼하고 안전성 갖춰
맥라렌, 최초로 탄소 차체 구현… 람보르기니도 새 모델에 적용
자동차 업계에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다. 경량화가 대표적 해법이다. 차가 가벼워지면 적은 힘으로도 무거울 때와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에너지를 만들 때 생기는 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무게가 1.5t인 차의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가 5% 좋아진다.
경량화는 효율뿐 아니라 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차가 가벼워진다면 같은 힘으로도 더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경량화는 자동차 업계 공통의 숙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게를 줄이면서도 차의 주행 특성과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렇기에 자동차 업체들은 소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소재가 크게 주목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탄소 섬유의 강도는 철의 10배나 되면서 무게는 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높은 온도에도 쉽게 변형되지 않고 녹이 슬 염려도 없다. 쉽게 말해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물건의 특성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자동차에서도 탄소 섬유의 쓰임새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히 가속과 고속 성능이 중요한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는 거의 필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차체에서 탄소 섬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높은 성능을 내는 데는 유리하지만 그만큼 값은 비싸지기 마련이다. 강도와 안전성을 고루 갖춰야 하는 뼈대까지 탄소 섬유로 만들면 설득력 있는 가격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뼈대까지 탄소 섬유로 만드는 곳은 흔치 않다.
맥라렌은 양산차로 탄소 섬유 차체 구조를 전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1993년에 내놓은 고성능 스포츠카 F1을 통해 양산차 처음으로 일체형 탄소 섬유 차체 구조를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다.
람보르기니도 탄소 섬유를 폭넓게 쓸 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10년에는 스포츠용품 업체인 캘러웨이골프와 공동 개발한 포지드 컴포지트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지드 컴포지트는 일반적인 CFRP와 달리 일정한 패턴의 섬유를 쓰지 않아 소재의 모습이 불규칙하게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정밀하고 특수한 공법 덕분에 같은 크기의 CFRP보다 더 가볍고 튼튼하다.
올해 람보르기니가 내놓은 최상위 2도어 스포츠카인 레부엘토에는 처음으로 모노퓨슬로지라는 일체형 탄소 섬유 차체 구조가 쓰여 전체가 포지드 컴포지트 소재로 만들어졌다. 새 소재와 구조 덕분에 레부엘토는 이전 세대 모델인 아벤타도르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졌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한 V12 엔진의 더 강력해진 힘과 더불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전 모델보다 0.3초 짧은 2.5초에 불과하다.
탄소 섬유는 여러 면에서 이상적이긴 하지만 일단 부서지면 수리나 재활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부서질 때 생기는 가루가 호흡기에 악영향을 주는 등 단점도 있다.
그러나 그런 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들도 꾸준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은 크다. 탄소 섬유는 미래의 럭셔리 스포츠카에서 더 강력한 성능을 경험하면서도 탄소 배출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해 주는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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