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체크 하고 빈캔 맡겨 한푼이라도 법니다”
재수생 박모(20)씨는 매일 아침 6시만 되면 스마트폰으로 ‘태그룸’이란 메타버스 앱에 접속해 채팅창에 ‘출첵(출석 체크)!’을 입력한다. 이 앱은 사용자들이 ‘아침 6시에 출첵하기’ 같은 특정 과제에 각자 돈을 예치한 뒤, 성공한 사람들이 나눠 갖는 구조다. 박씨는 “평소 의지박약이었는데 앱을 활용해 생활 습관도 바꾸고 용돈도 벌고 있다”며 “일주일간 약 3000원을 벌었다”고 했다.
고물가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모바일 앱을 통해 일정 금액을 벌 수 있는 ‘리워드(보상) 서비스’를 출시하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MZ 세대의 ‘짠테크’(짠돌이 재테크) 열풍에 맞춰 소소하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앱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일정 걸음 수를 달성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식으로 소액의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앱+재테크) 이용자를 겨냥하고 있다.
◇중고 의류 맡겼더니 600만원 벌어
스타트업 ‘라피티’가 작년 2월 출시한 태그룸은 아기자기한 배경과 캐릭터를 내세운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10~20대 사이에선 ‘가상 스터디카페’라고 불린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퀘스트(임무)’라 불리는 특정 시간 출석 횟수, 공부 시간을 설정하고 임무를 달성할 때마다 돈을 번다. 임무에 성공해도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한 푼이 아쉬운 학생들에겐 공부 습관을 들이면서 용돈도 벌 수 있어 이용자가 15만명에 이른다. 신민섭 라피티 대표는 “이용자의 90% 이상이 10, 20대”라며 “줌이나 영상 통화로 각자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요즘 젊은 세대 문화를 반영했다”고 했다.
스타트업 ‘마인이스’가 지난 6월 내놓은 중고 여성 의류 위탁 판매 서비스 플랫폼 ‘차란’ 역시 리워드 시스템을 앞세워 고속 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을 차란에 위탁하면 자체 수거부터 정품 검수, 전문 스튜디오 촬영, 살균과 착향 등 상품화 과정을 거쳐 차란 앱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가 이뤄지면 현금 전환이 가능한 크레디트를 적립해 준다. 판매 금액대별로 위탁 수수료를 12~80%까지 떼어가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도맡아 주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다. 차란 앱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226벌의 중고 의류를 팔아 617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마인이스 관계자는 “월평균 거래액이 3배씩 성장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판매자들의 누적 수익 크레디트는 1억3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환경 분야 스타트업도 짠테크
리워드 시스템으로 성과를 거두는 환경 분야 스타트업도 있다. 재활용품을 수집해 고부가가치 소재로 탈바꿈시키는 스타트업 수퍼빈은 냉장고처럼 생긴 재활용품 회수 로봇 ‘네프론’을 통해 전국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한다. 페트병이나 캔 등을 넣으면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스캔과 분류를 거쳐 포인트를 지급한다. 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되는데 2000포인트가 넘어가면 1포인트당 1원씩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네프론은 942대다. 쓰레기를 모으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올 6월 기준 누적 이용자가 50만명에 도달했고, 총 21억원을 환전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페트병은 2억2000만개, 캔은 9200만개가 넘는다. 수퍼빈 관계자는 “지난해 1억개의 재활용품을 수집했는데, 올 상반기에만 벌써 9300만개를 수집했다”며 “520만원을 적립한 이용자도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짠테크가 훌륭한 니치마켓(틈새시장)이라고 본다. 다만 사업이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이 높지 않은 데다 경기 호황기에는 이용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늘어날 때 사업 다각화에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짠테크
‘짠돌이 재테크’의 줄인말로 낭비를 최소화하고 한 푼이라도 모으는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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