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6] ‘맥주 공장 오줌 사건’의 문화 심리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10.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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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중국인에게 ‘한가한 일’은 ‘남의 일’이다. 어른이 아이를 타이를 때 곧잘 나오는 표현이다. 대개는 부모가 자식에게 “한가한 일에 끼어들지 말라(別管閑事兒)”고 자주 이른다. 나랑 상관없는 남 일에 말려들지 말라는 훈계다.

중국인들은 어릴 적부터 이런 말을 듣고 자란다. 그래서 자신의 이해와 관련 없는 남의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길에서 누군가 다쳐 뻗어 있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흘리고 있어도 선뜻 돕는 사람이 적다. 이웃에 재난이 번져도 강 건너 불을 바라보는 격안관화(隔岸觀火)의 냉정한 시선, 팔짱을 끼고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수수방관(袖手傍觀) 태도가 발달했다. 아예 관심 자체를 꺼버리는 치지도외(置之度外)도 있다.

요즘도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속언이 있다. “제 집 문 앞 눈을 치우지, 남의 집 지붕에 있는 서리는 상관 말라(各人自掃門前雪, 莫管他人瓦上霜)”다. 제 앞가림부터 하라는 충고지만, 속뜻은 남의 일에 왜 신경을 쓰느냐는 핀잔에 가깝다.

그러나 오래전 중국은 ‘남과 나’의 관계 설정을 고민한 흔적이 있다. ‘무리’와 ‘나’라는 뜻의 군기(群己)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불가에서는 ‘뭇사람’과 ‘나’라는 새김의 인아(人我)라는 단어도 만들어 둘의 상관관계를 깊이 탐구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은 남을 감싸 안는 일에 늘 서툴다. 오직 제 이해에만 몰두하는 습성이 더 강하다. 튼튼한 담벼락에 자신을 가두기 좋아하고, 낯선 이를 적대하며 성을 쌓는 축성(築城)의 문화적 심리가 아무래도 그 토대일 듯하다.

따라서 남은 어떻게 되든 상관 않는 편이다. 유명 중국 맥주 공장에서 최근 벌어진 ‘술 원료에 오줌 누기’가 그 좋은 사례다. 오랜 정신문명사가 남긴 박애(博愛)와 이타(利他)의 공백이 아직도 여전히 커 보이는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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