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현장에 아트센터… “추모를 넘어 문화도시 뉴욕 복원”
하얀 상자모양 건물, 6800억원 투입… 1000석 공연장-레스토랑 등 갖춰
“슬픈 공간으로만 머물러선 안돼”
‘그라운드 제로’ 재건사업 아직 미완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민간 여객기 4대를 납치해 뉴욕 WTC와 국방부 펜타곤 건물 등을 공격해 미국인 등 3000여 명이 숨졌다. 팩에서 만난 케이디 카미라 수석 디렉터는 “22년 전 재건 계획을 짤 때부터 비극의 공간에 반드시 복원을 뜻하는 문화예술센터가 들어와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픔의 기억이 서린 이곳은 이제 시민들이 거실처럼 드나들며 쉬고, 음식을 먹고, 공연을 보는 놀라운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도시 뉴욕으로 돌아간다”
5000여 개 대리석 타일로 덮인 상자 모양 건물 아래 입구 계단을 올라 1층에 들어와 보니 정말 거실처럼 소파와 탁자가 놓여 있다. 팩 개장 시간에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안쪽으로 다음 달 개장하는 레스토랑 ‘메트로폴리스’가 보였다.
마커스 새뮤얼슨 메트로폴리스 셰프는 “22년 전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 음식 봉사를 했다. 다시 돌아와 식당을 열게 돼 내게 의미가 크다”며 “문화와 예술의 본고장 뉴욕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뜻에서 이름도 메트로폴리스로 정했고 메뉴 역시 시내 각 지역 특색을 담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첫 국빈 만찬 셰프를 맡은 그는 뉴욕 ‘레드 루스터’를 비롯해 캐나다와 유럽에서도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팩 관계자들은 그라운드 제로 재건 사업 계획을 세우던 초기 단계부터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 주도로 “(팩이) 슬픔의 공간으로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공연예술센터를 추진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 오래 걸려도 제대로…부호들 나섰다
9·11테러로 WTC 쌍둥이 빌딩이 모두 무너져내려 일대 16에이커(약 6만6000㎡·약 2만 평) 터는 그라운드 제로가 됐다. 원래 폭발물 지점을 뜻하는 용어로 그만큼 ‘아무것도 없는 땅’이란 뜻이다. 뉴욕주와 뉴욕시, 유가족 단체와 부동산 개발사 및 토지 소유주들은 이곳이 추모 공간인 동시에 새 세대가 모이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뜻을 모아 재건 사업을 진행했다.
2011년에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는 ‘메모리얼 풀’이라는 연못으로 바뀌었다. 희생자 이름이 적힌 패널 아래로 폭포수가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추모 공간이다. 이후 높이 541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원(One) WTC와 3, 4 WTC가 세워졌다. 지난해에는 성니콜라스 그리스 정교회 성당이 그리스계 사업가들 기부로 다시 지어졌다.
재건 사업 걸림돌은 자금이었다. 팩 계획도 진행되다가 엎어지기 일쑤였다. 2016년 사업가 로널드 페럴먼이 7500만 달러(약 1020억 원)를 쾌척해 사업이 시작돼 페럴먼아트센터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기부금 모집 총대를 멘 블룸버그 전 시장이 1억3000만 달러(약 1770억 원)를 기부해 사업이 완성됐다. 재건 사업은 아직 미완이다. 2 WTC 건물은 아직 주요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해 시작을 못 했다. 5 WTC는 주상복합건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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