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트럼프 강경파가 쥔 의사봉, 우크라 예산도 두드릴까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10. 2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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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후보 3명 낙마 후, 美 하원의장에 간신히 선출된 존슨 의원

미국 연방 하원이 25일(현지 시각) 마이크 존슨(51) 공화당 의원을 하원 의장으로 선출했다. 공화당 초강경파가 주도한 ‘반란’으로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 의장이 해임된 지 22일 만이다. 공화당 강경파와 온건파 대립으로 네 번째 의장 후보를 내세운 뒤에야 가까스로 ‘의장 공백’ 사태를 해소했다. 그러나 2024 회계연도 예산안, 이스라엘·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안 등은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의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 존슨 신임 미 하원의장이 2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4선(選) 존슨 의원을 신임 하원 의장으로 선출했다. 존슨 신임 의장은 재석 429명 중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 220명 전원의 지지를 받아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민주당 의원 209명은 자당 후보로 내세운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에게 몰표를 줬다. 존슨은 매카시 해임 이후 공화당의 네 번째 의장 후보로 나섰다. 앞서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 짐 조던 법사위원장, 톰 에머 원내총무가 차례로 공화당 의장 후보에 올랐지만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대립이 좁혀지지 않아 결국 물러났다.

이전 후보들보다 지명도가 낮은 존슨 또한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당의 몰표를 받은 데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계속되는 내분으로 지친 당내 강경파와 주류 공화당원들이 존슨을 당선시키로 합의를 봤다”며 “(전임 후보들이) 연이어 낙마하지 않았다면 그가 의장으로 선출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원 지도부 공백이 장기화되고 ‘의회 마비’ 책임이 공화당에 쏠리자, 강경·온건파가 의장을 빨리 뽑는 것이 급선무라고 타협했다는 것이다.

존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연방 하원에 처음 진출한 7년 차 의원이다. 그전에는 20년간 헌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강경 성향 ‘친(親)트럼프’ 의원으로 꼽히는 그는 정치 경력이 짧아 의회에서 핵심 지도부나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다. NYT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주니어(선수가 낮은)’ 의원이 의장에 올랐다”며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모르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마이크 존슨 공화당 의원이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좋은 집안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과도 거리가 멀다. 1972년 루이지애나주의 공업 도시 슈리브포트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소방관이었던 그의 부친은 존슨이 12세였을 당시 화재 진압 중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원래 아버지를 따라 소방서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그 사건 이후 진로를 바꿔 대학 진학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그는 루이지애나 주립대에 입학해 경영학을 전공했고, 같은 대학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하원 의장 당선 뒤 연설에서 “나는 우리 가족 중 첫 대학 졸업생”이라고 했다.

이른바 ‘흙수저’인 그는 16년간 하원 의원을 지내다 의장이 됐던 전임 매카시에 비하면 초고속으로 하원 의장에 오른 셈이 됐다. 앞서 낸시 펠로시와 존 베이너도 하원 의원 경력 20년 차에 의장이 됐다. 이들과 비교할 때 존슨은 정치적 중량감이 부족해 당과 의회를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와의 밀접한 관계도 공화당 온건파 및 민주당엔 껄끄러운 변수다. 그는 2020년과 2021년 상원이 트럼프 탄핵 심판을 진행했을 때 트럼프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를 앞뒀을 땐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인증을 반대할 법적 논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대선 뒤집기’를 배후에서 움직인 핵심 ‘설계자’로 꼽힌다”고 했다. 낙태·동성혼을 인정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등 성 소수자 사안에서도 강경 보수 입장이다.

마이크 존슨(오른쪽) 미 신임 하원의장이 25일(현지 시각) 당선 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존슨의 당선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결국 친트럼프 세력이 의사봉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며 “트럼프의 당내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재임 당시 대외 정책에서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고 극단적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 ‘트럼피즘(Trumpism)’을 고수한 것처럼, 존슨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고립주의 노선을 추구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슨은 이날 의장 취임 직후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존슨과 통화하고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팔레스타인을 위한 인도적 지원, 불법 이민자 통제를 위한 국경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게 될 1050억달러(약 142조원) 규모 ‘2024 회계연도 긴급 추가 재정 지원안’을 의회에 요청했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국가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셧다운(연방 지출 중단)을 피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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