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탱크 앞세워 가자 심야급습…사실상 지상전 수순
- 로이터 “침투작전 중 최대 규모”
- 가자 병원 응급실 빼고는 폐쇄
- 美 신임 하원의장, 이 지지 결의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가 심야에 대규모 급습을 한 뒤 철수, 사실상 전면적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26일(현지시간) X계정에 “다음 단계의 전투(전면적인 지상 공격)를 위한 준비로서 기바티 보병 여단(Givati Brigade) 주도로 가자 북부에서 작전을 벌였다”면서 밤사이 가자지구 내에 병력을 진입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이스라엘군 탱크와 보병은 다수의 테러분자와 기반시설, 대전차 미사일 발사 진지를 표적 공격했다. 병사들은 임무를 마치고 해당 지역에서 나와 이스라엘 영토로 돌아왔다. 많은 테러범을 사살하고 하마스의 기반시설 다수를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장비가 분리장벽 너머에서 진입로를 확보하고, 탱크 여러 대가 이동하는 모습과 포격을 가한 후 도시 외곽의 표적 등이 폭발하는 모습이 담긴 1분9초 분량의 영상도 게시했다.
이번 발표는 가자지구 지상전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TV연설을 통해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언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군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지난밤 사이 단행된 이번 급습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기간 있었던 비슷한 형식의 가자 침투작전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지난 22일부터 산발적으로 제한적 지상 작전을 벌여왔으며, 23일에는 제한적 지상전 실행 사실을 처음 확인하기도 했다. 이번 대규모 심야 급습은 전면적 지상침공의 전초전일 것으로 풀이된다. 지상군 전면 투입에 앞서 가자지구 외곽 하마스의 방어진지를 제거하는 사전작업이거나, 하마스의 방어 수준을 파악하려는 정찰·탐색 성격의 공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습을 통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질 200여 명을 가자지구로 끌고 간 하마스를 궤멸시키겠다며 이스라엘은 3주째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보복 공습을 이어가는 한편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이다. 국제사회는 민간인 참사를 우려하며 이스라엘 측에 지상전 지연 및 규모 감축, 나아가 임시 휴전을 권유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지상전을 수일 동안 연기해 달라고 이스라엘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내 구호물자 반입, 인질 석방 협상 등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한편 중동 일대 미군을 보호하는 방공 미사일 체계 등을 추가 배치할 시간을 벌겠다는 게 미국 측의 계산이다. 유엔은 물론 이란과 아랍권 국가들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압박에도 이스라엘 측은 심야 급습을 시도하는 등 지상전 강행 태세를 유지한 셈이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부터 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한 채 가자 공습을 계속하면서, 이 일대 인도주의적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면 이날(25일) 밤 모든 구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BBC방송은 연료가 없어 가자 전역의 병원이 25일 응급실을 제외한 다른 부서를 모두 폐쇄했다고 전했다. 의사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술하고, 의약품도 부족해 소독제 대신 식초를 사용한다. 지난 21일부터 구호품 트럭 60여 대가 이집트 라파 국경을 통해 가자로 반입됐으나 구호단체가 주장하는 필요분(매일 최소 100대)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25일 선출된 마이크 존슨(51·루이지애나) 신임 미국 하원의장은 “상정할 첫 번째 법안은 소중한 친구인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하는 데 너무 늦었다”며 이스라엘 지지 결의안을 첫 안건으로 내세웠다. 그가 낸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하마스에 즉각적인 공격 중단과 인질 전원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하원은 찬성 412표 대 반대 10표로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미국 하원은 공화당 소속 4선인 ‘친트럼프’ 성향의 존슨 의원을 신임 하원의장으로 뽑으면서,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이후 계속된 ‘미국 권력서열 3위’ 하원의장 공백 파행을 22일 만에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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