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시민이 볼모가 된 사회
숨 죽이고 지켜보던 경기버스노조 파업이 철회됐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칫 파업으로 이어졌을 경우 애꿎은 출퇴근길 시민들이 볼모가 돼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경기도내 52개 버스업체 노조가 소속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25일 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측과의 최종 조정회의에서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 노사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협상 결렬 시 26일 첫차부터 예고됐던 전면 파업도 철회돼 전 노선이 정상 운행됐다.
앞서 버스노조는 지난 8월22일 사측과의 4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 폭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이달 10일 경기지노위에 조정 신청을 내고 3일 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7.4%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하는 등 파업 절차를 진행해 왔다.
노조협의회에는 경기도 전체 버스 1만648대 가운데 89%인 9천516대가 소속돼 있다. 이 가운데는 서울과 도내 각 시·군을 오가는 준공영제 노선버스 2천400여대도 포함돼 있어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시민들은 발길이 끊어져 대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결국 볼모가 될 뻔했던 시민들이 이번 협상의 최종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스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과 관련된 협상에서 항상 볼모는 시민들 몫이다. 양측의 입장은 모두 이해가 간다. 이제는 시스템 싸움이다. 매번 협상 결렬 시 파업에서 오는 피해가 오롯이 시민들에게 전가되는 메커니즘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도 그렇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양측에서 5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습공격과 인질을 납치한 하마스도 문제지만 이를 통해 대대적인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의 화력에 일반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전쟁의 피해자 중 상당수가 무고한 어린이들이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측 누적 사망자는 5천791명이며 이 가운데 아동이 2천360명이라고 밝혔다. 매일 400명의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다는 것.
이번 전쟁 이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28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고 최소 160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에서도 어린이 3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다.
이스라엘, 하마스 모두 결국 승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양쪽 모두 일반 시민들을 볼모로, 그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것도 모자라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민이 볼모인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속히 이 굴레에서 모두 벗어나야 한다. 시민들은 볼모가 아닌 주인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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