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허풍방지법

경기일보 2023. 10.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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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웅 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장

허풍방지법? 이런 법이 진짜 있을까? 믿기 어렵지만 진짜 있다. 주체 111년(2022년) 5월3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972호로 채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허풍방지법이다. 제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허풍방지법은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허풍을 치는 현상과의 투쟁을 강하게 벌려 국가의 정책을 정확히 집행하고 인민의 리익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한다’라고 허풍방지법의 사명을 밝히고 있다.

‘허풍’을 법기술적으로 어떻게 정의할지 궁금했는데 제2조에서 ‘허풍은 공명심과 리기심, 책임회피와 같은 낡은 사상에 물젖어 자기 부문, 자기 단위실태를 허위로 보고하여 국가의 정책집행과 인민생활에 엄중한 해독적후과를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행위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얼마나 허풍과 거짓 보고가 많았으면 이런 법까지 만들었을까.

지난 주말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을 방문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불과 1.4㎞ 앞에 펼쳐진 개성시 판문점면을 볼 수 있다.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인 조강(祖江) 건너편으로 위장 마을과 북한 사람들의 이동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잘 사는 것처럼 위장해 놓았을 텐데도, 건물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허풍도 안 통할 정도로 경제가 망가져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북한 지도부는 허풍의 주역이었다. 지상낙원이라는 허풍에 속아 수많은 재일교포들이 북송선을 탔다. 최근에는 평양 내 백화점과 수족관의 여유로운 모습이나 상품이 가득 찬 마트 등을 보여주면서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홍보하는 북한의 대외 선전 영상 채널들이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서도 차단, 퇴출됐다고 한다.

허풍의 끝판왕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핵 협박이 아닐까. 주민들은 굶어 죽고 있는데 같은 민족을 상대로 한 핵 협박으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핵을 내려놓고 남북 경제협력으로 주민생활의 실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순리다. 북한이 아무리 허풍방지법을 만든다 하더라도 핵미사일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계속 쏟아붓는다면 파탄 상황에 놓인 북한 경제의 탈출구는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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