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 한국인의 소울푸드, 소머리국밥은 곤지암에서
해가 짧아지고 공기가 쌀쌀해지는 요즘 같은 때에는 뜨끈한 국물이 절로 생각난다. 국물 하면 제격인 음식이 바로 국밥이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단순한 요리법으로 시작해 국밥의 종류만도 부산 돼지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병천 순대국밥, 통영 굴국밥, 인제 황태국밥, 괴산 올갱이국밥 등 지역마다 재료마다 제각각이다.
수도권 상수원 젖줄인 경기 광주는 깨끗한 물과 쾌적한 자연이 결합된 먹거리문화가 발달했다. 그중에서도 곤지암의 청정지역에서 위생적으로 관리된 최상급 한우를 재료로 쓴 소머리국밥은 쫄깃한 한우 육질을 자랑하며 광주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맑은 물과 기름진 옥토를 가진 너른 고을 광주를 고스란히 담아낸 음식이 소머리국밥인 것이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전해진다.
광주가 예부터 지방에서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지나던 길목이라 당시 선비들이 광주에서 숙식하며 주로 먹던 음식이 소머리국밥이었다고 한다. 또 한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은 남편을 위해 소머리국밥을 만들었는데 1970~80년대 광주 곤지암에 소머리국밥집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지금의 소머리국밥 거리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소머리국밥은 소머리와 부속물을 푹 끓여낸 고단백 음식으로 지방도 많다. 푹 고아 우린 덕분에 영양이 풍부한 아미노산이 국물에 우러나 흡수하기 쉬운 형태다. 원기 회복에 더없이 좋다.
소머리국밥은 다양한 의미를 상징하기도 한다. 즉, 기다림과 어우러짐, 그리고 서민 음식이라는 정서를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매개체다. 국밥은 진한 국물을 얻기 위해 재료를 우려내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또 만들어 둔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국밥은 혼연일체의 어울림을 추구하는 음식이다. 국과 밥이 어우러지면서도 음식 본연의 맛이 바뀌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께 모인 사람들이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 공동체적 유대감을 쌓기 좋은 음식이 바로 소머리국밥이다.
지난 17일 제1회 곤지암 소머리국밥축제가 곤지암역 일원에서 열렸다. 소머리국밥 체험 부스와 전시 코너, 민속5일장 등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번 축제를 시작으로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브랜드를 전국에 알리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곤지암을 지나면서 소머리국밥을 먹었다는 역사적 배경, 어려운 시절 여러 사람이 나눠 먹을 수 있는 국밥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라는 좋은 콘텐츠가 맛집 탐방, 유튜브 먹방 등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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