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백종원 투자비법’ 클릭하니 낚였다...유명인 사칭 페북 급증

임경업 기자 2023. 10.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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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민국 출신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6일 페이스북에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 사칭 계정이 올린 글이다. 글 밑의 “투자 관련 서적을 드리겠다”는 문구에 ‘동의’ 버튼을 누르자 네이버 커뮤니티 서비스 밴드에 초대됐다. 해당 밴드에는 100여 명의 가입자가 있었고, 책을 받기 위해 주소와 전화번호 등의 개인 정보를 적도록 유도했다. 전화번호를 남기자 카카오톡·문자 등을 통해 유료 강연에 참석하라고 권유하거나 돈을 내면 주식 종목을 추천해 주겠다는 식의 연락이 계속 왔다.

그래픽=김의균

유명인을 사칭한 소셜미디어 피싱 계정이 급증하고 있다. 백종원·이영애·김희애 같은 유명인부터 장하준·존 리(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 다양한 경제계 인물을 사칭해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특히 이런 계정들은 광고비를 쏟아부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노출 빈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피싱에 사진이 도용된 연예인 송은이·홍진경 모두 “제가 아니다. 속지 마시라”며 피해를 호소했고, 사칭 계정이 10개가 넘는 주진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신고와 조치를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4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에 사칭·피싱 통제 장치와 개인 정보 보호 강화 조치를 긴급 요청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사칭 계정을 적발하더라도 뚜렷한 법적 처벌 근거나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사칭만으로는 사전 처벌 근거 모호

사칭 계정을 이용한 피싱은 적극적으로 사전에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 피싱 피해자가 사기 피해를 당한 뒤 신고하거나, 사칭을 당한 유명인이나 피해자가 초상권 침해로 신고를 해야 수사 및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소셜미디어 사칭 그 자체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기존 개인 정보 침해 사건은 해킹을 통해 개인의 금융 정보 등을 빼내는 명확한 범죄였지만, 최근 소셜미디어 계정 사칭은 이미 알려진 공인의 사진·정보를 가져온 것이라 일반적인 개인 정보 침해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했다. 2020년 국회에서 온라인상 사칭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타인 사칭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방심위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고 강력 대응을 선포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을 근거로 들었다. 사칭 계정이 불법 주식 리딩방 가입을 권유하거나, 투자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업계 관계자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칭 계정들이 투자를 유도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라며 “소셜미디어 사칭·피싱만을 겨냥한 규제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소셜미디어 사용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보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무료로 책이나 돈이 되는 정보를 나눠 주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특히 개인정보를 입력하라는 요구는 무조건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지난해 글로벌 피싱 2억건 돌파

사칭 계정이 판치는 이유는 메타에 광고료만 지불하면, 노출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메타는 광고를 사전에 검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메타 한국지사(페이스북코리아)는 “유명인을 사칭한 피싱 계정·광고가 급증한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차단 중”이라고 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빅테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메타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검열·검수 인원을 크게 줄이고 인공지능(AI)에 검수를 맡기고 있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피해를 당한 당사자가 일일이 메타 측에 사칭 계정 차단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도 소셜미디어 사칭은 심각한 문제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월 “엑스(옛 트위터)가 ‘공인 인증 마크(파란색 체크 마크)’를 유료로 팔기 시작하면서 기업 공식 담당자를 사칭하는 계정에 당하는 피해자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공인 인증 마크를 월 8달러(개인 기준)에 별다른 검증 없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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