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朴 함께한 박정희 추도식… 노태우 2주기엔 5·18 시민군 참석

김동하 기자 2023. 10.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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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씻고, 곳곳서 ‘통합’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오전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 직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일 먼저 다가가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고, 옆자리에 앉아 추도식을 지켜봤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으로 녹음된 ‘국민교육헌장’을 청취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에서 추도식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추도식 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안장된 묘소로 걸어 올라갔다. 둘은 헌화 및 분향을 마치고 다시 오솔길로 걸어 내려오며 대화를 나눴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아무 자본도 없던 시절 어렵게 차관을 들여와 산업의 기본인 철강 산업을 일으키고 굶주린 국민을 먹이기 위해 비료 화학 산업을 세웠다”며 “수력발전소를 세워 전기를 생산하고 물류를 위해 고속도로를 깔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자동차, 원자력 그리고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언급하며 “그때 만든 반도체 초기 투자 계획으로 지금의 반도체 산업이 있게 만드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의 우선 순위를 어떻게 그렇게 잡으셨는지 놀랍다. ‘잘 살아보세’라는 생각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당선인 시절을 포함하면 이번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작년 4월 12일 대구 달성군의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50분간 대화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다음 달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특히 이번 만남은 내년 4월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여권에서 ‘보수 대통합’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일찌감치 박 전 대통령이 선친 추도식에 참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윤 대통령 참석 일정을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대통령이 박정희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도 11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웅크리고 있는 우리 국민의 잠재력을 끄집어 내서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아버지의 꿈’을 언급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악연으로 얽혀 있던 두 사람이 다른 장소가 아닌 보수를 대표하는 박정희 대통령 추도식에서 만나 ‘단합’을 외친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이어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으로 일했다. 그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가 좌천당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1년 12월 사면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들이 자리했다. 정재호 민족중흥회장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인사들, 영화감독 이장호, 일반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인요한 연대 의대 교수를 인선한 후 윤 대통령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 첫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통합위 2기 출범 기념 워크숍에 전달한 서한에서 “헌법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며 “민생 현장 속으로 더욱 파고들어 국민 어려움을 보듬어 나가겠다”고 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자신의 역할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지만 나 어디 안 간다”고 했다.

이날 추도식 주변에는 500여 명의 인파가 몰렸고, 이들은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 때 ‘윤석열’ ‘박근혜’를 외쳤다. 전주에서 이날 새벽에 출발했다는 40대 신모씨는 “이런 중요한 날을 아이들이 전혀 모르고 지나치고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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