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분기 성장률 4.9% ‘나 홀로 호황’… 바이든, 전세계에서 830조원 투자 유치

김은정 기자 2023. 10. 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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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한국경제] 소비·투자 쌍끌이로 선순환 경제

26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3분기(7~9월) 미국 경제가 전기 대비 연율(年率·분기 성장을 연간으로 환산한 것)로 4.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2.2%)와 2분기(2.1%) 성장세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이를 한국 방식으로 계산하면 전 분기 대비 1.2% 성장했다는 뜻이다. 올 3분기 한국 경제성장률(0.6%)의 두 배다.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하는 비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 규모(GDP 26조달러)는 한국의 15배가 넘는다. 통상 한 나라 경제가 성숙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세는 둔화하는 게 상식이고, 실제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그 상식마저 뒤집으며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그 비결이 뭘까.

백악관 홈페이지에 투자 현황판 -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있는 'Investing in America(미국에 투자)' 코너. 바이든 행정부 들어 국내외 민간 기업들이 발표한 투자 계획을 깨알같이 기록해 놨다. 초록색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 노란색은 바이오, 붉은색은 반도체 기업들이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1조달러 초과 저축, ‘소비 연료’로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지난달 말까지, 3년 6개월간 미국 국가 부채는 23조달러에서 33조달러로 약 10조달러 늘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나랏빚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빚을 내서 경기 부양에 돈을 썼기 때문이다. 예컨대 바이든 정부는 2021년 들어서자마자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라는 수퍼 부양책을 펼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정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정부의 이전 지출(실업수당·재난지원금처럼 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대가 없이 지급하는 소득) 등으로 쌓인 초과 저축이 민간 소비 지출에 쓰인 규모가 1조달러로 추산된다. 정부가 살포한 돈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연료’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국은 작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5%포인트 올렸다. 연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에도 최근까지 소매 판매는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으로 몰려드는 투자금

최근 소비에 못지않게 미국 성장세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민간 투자다. 3분기 미국 GDP 성장에서 투자의 기여도가 30%를 차지, 소비(55%)에 버금가는 동력이 됐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는 ‘Investing in America(미국에 투자)’ 코너가 있다. 여기를 클릭해보면 바이든 정부 들어 세계 민간 기업들이 미국 어느 지역에 얼마를 투자하기로 했는지, 그 투자 계획으로 일자리는 몇 개가 늘어날 건지 깨알같이 적혀 있다. 텍사스주(州) 지도를 클릭하면 ‘삼성전자,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투자, 일자리 2000개 증가’가, 테네시주를 클릭하면 ‘한국타이어, 클라크스빌에 16억달러 투자, 일자리 1200개 증가’가 뜬다.

백악관은 이번 정부 들어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회사의 미국 내 투자가 2310억달러,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 투자가 1420억달러 늘어나는 등 각국 기업들이 총 6140억달러(약 83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고 밝혔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은 나라 밖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던 나라였지만, 이제는 자국 내에 공장을 지어 생산도 소비도 미국에서 하게 하는 정책을 최우선 어젠다로 내세워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초당적 인프라법, 반도체법,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모두 미국으로의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들이고, 이들이 효과를 내면서 미국 경제 성장판이 계속 열리고 있다는 평가다.

◇나 홀로 호황 언제 끝나나

막대한 재정 살포는 경제 감속을 막았지만, 물가 급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아직 3%대 후반으로,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로 내려오려면 아직 멀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금리가 더 오래가면 결국엔 경제가 침체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쌓였던 초과 저축이 거의 바닥나 소비 여력이 곧 소진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4분기 성장률은 1%대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금리도 위협 요인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금리가 더 높게,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최근 블룸버그에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연준은 너무 낙관적”이라며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적자가 확대돼 국채 발행이 늘면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도 확대되고, 결국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등 충격이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움 주신 분들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우승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김원길 바이네르 회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김해련 태경그룹 회장, 김희 포스코 상무,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 변양균 대통령실 경제고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성용 아서디리틀 한국 대표,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장광필 HD한국조선해양 전무, 조동철 KDI 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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