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학교 정상화의 첫걸음
지난 8월 17일자 강원도민일보에 ‘교권, 침해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라는 글을 기고했다. 초등학교 교권 침해사례와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한 안내와 교권 보호 및 회복 방안을 정부와 교육부에서 조속히 내놓길 요청하는 글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완전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교육계와 교육부가 무의미한 공방을 반복하는 양상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교사 위상 추락이 원인일까. 오래전부터 교사는 선망의 직업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식이 달라지면서 수많은 교사가 학교를 떠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교사가 자신이 몸담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지는 사건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교사가 무너지는 현실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위기, 국가의 위기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초·중등 교원을 대상으로 학생에 대한 수업 방해가 발생할 경우 물품 보관, 물리적 제지, 학생 분리(교실 안·밖 등)가 가능해졌다. 이때 ‘물리적 제지’라는 개념은 해석에 따라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교사들이 자기방어 차원에서의 긴급 조치 개념으로 활용하도록 정교한 명시가 필요하다.
즉시 분리된 학생에 대해서도 학습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고시안은 학습권 분리의 방법만을 다양하게 명시할 뿐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 등 기타 사안은 언급하지 않는다. 교육활동 보호 및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분리는 분명히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분리 장소 및 시간, 학습지원 등 세부 사항을 학칙으로 정하게 한 것은 자칫 교직원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별도 공간 마련, 추가 인력 확충, 지원 확보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
한편 학생인권조례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으로서의 책무와 의무를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에게 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무한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학교와 교사, 나아가 사회에 학생 인권 보장으로 발생하는 책임을 떠넘긴다. 학생의 권리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리에 대한 학생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며 책무·규범·존중과 같은 가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개정 조례안에는 학생의 책무 명시, 학교구성원으로서의 책임, 타인 권리 침해 금지, 학생 휴식권에 대한 책임, 학칙 또는 규정 준수 책임 조항 등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 한쪽으로 무게추가 쏠린 저울은 이내 무너져내리고 만다.
마지막으로 교권보호법에 혼용되는 ‘교권보호’와 ‘교육활동보호’ 등의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두 용어의 무분별한 혼용은 교권보호 대상을 학생·학부모의 폭행과 모욕이라는 기본권의 영역에만 제한시킨다. 교사의 교육권과 신분·지위·영역이라는 교권의 세 측면이 무화되는 것이다.
또 가장 먼저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 사안으로 판단하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되 현장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행위 이외에 해당 교원이 인식하고 느끼는 교권 침해 및 권위의 실추 여부를 보다 비중 있게 고려해야 예방·보호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교권 침해에 대한 사회적 경종 차원에서 과거 정부 입법 예고안(2012년 9월 27일)에서 제안된 ‘학생 이외의 사람에 대한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가중처벌’을 진지하게 다시 논의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폭행·협박·성희롱 등이 교사의 권위와 교육 관계를 원천적으로 파괴한다는 사실을 법령을 통해 명확히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학교는 주체인 학생과 교사의 조화로운 교육문화가 정립될 때 역할을 다한다. 학생인권조례와 교원지위법이 조화롭게 형성되고 실질적으로 시행돼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그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 무너져 내리는 이 시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학생의 책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울어진 무게추를 가운데로 옮겨놓아야 한다. 학생에게는 학습권이, 교사에게는 수업권이 보장된 건전한 한국의 교육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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