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내년 ‘세수 펑크’ 가능성 큰데, 총선용 예산 늘려도 되나

박희창 경제부 차장 2023. 10.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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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내년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말들이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세수가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8월 세수 오차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경기의 급변동이 세수 오차의 주된 요인"이라며 "경기 국면 전환 시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 당해 연도뿐만 아니라 이후 2, 3년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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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차장
2024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내년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말들이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세수가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확실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1000억 원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실제로 걷힌 세금과 비교하면 올해 세수는 55조 원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펑크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3분기(7∼9월)에도 대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걷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1년 내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만큼 걷히기도 쉽지 않다.

세수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내년 세수 부족에 힘을 싣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8월 세수 오차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경기의 급변동이 세수 오차의 주된 요인”이라며 “경기 국면 전환 시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 당해 연도뿐만 아니라 이후 2, 3년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며 전망한 내년 국세 수입은 367조4000억 원이다. 내년에 세금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만 더 걷힌다고 해도 20조 원 모자란다.

그런데도 여당은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첫발을 떼기도 전에 민생 예산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최근 정부 예산안을 ‘리빌딩’ 수준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현재 5조 원가량 편성돼 있는 소상공인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내년 총선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총선 민심을 잡을 수 있도록 예산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이장과 통장에게 주는 수당을 10만 원씩 올려주는 데도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유의동 국힘 정책위의장은 24일 이장과 통장에게 지급하는 월 기본수당 기준액을 40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들고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장 수당 20만 원, 통장 수당 10만 원 인상’이 자신들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공약이 실현될 수 있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받았다.

한 가정도 살림을 살 때 들어오는 돈이 줄면 씀씀이를 줄인다. 내년 정부의 총지출은 657조 원에 육박한다. 세수 펑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들어오는 돈보다 나갈 돈이 더 많다. 정부는 그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쪽지 예산’ 등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 중동 사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얼마나 많은 총선용 선심 예산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며 씀씀이를 키울지 지켜볼 일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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