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는 기분이 들 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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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낯익은 이를 마주쳤다.
"현관에 가지런히 신발이 정리된 집에 들어설 때가 제일 감사했어. 부러 청소한 티가 났거든. 잠시 머무는 자리라도 주위가 깨끗하다면 존중받는 기분이 든단다."
아이들 돌치레에 부쩍 지쳐 있던 시기, 정수기 관리원 아주머니가 방문했다.
익숙한 우리 집에서 엄마라는 낯선 직업을 힘들어하던 내가, 비로소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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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엄마 얘기를 들었다. 우리 남매가 제법 자랐을 때, 엄마는 학습지 방문교사 일을 시작했다. 단정한 차림에 구두를 신고 집집마다 시간 맞춰 방문하는 일은 고됐다. 종일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녀야 했는데, 엘리베이터 없는 연립주택 꼭대기 층이라도 오르내리자면 금세 지쳐 버렸다. 비나 눈이 오면 또 얼마나 고생인지. 그래도 나름의 동선과 요령이 생겨서 일은 금방 몸에 익었다.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건 낯선 집에 들어가는 일이었다고. 누군가의 집이 엄마에겐 일터였으니까. “현관에 가지런히 신발이 정리된 집에 들어설 때가 제일 감사했어. 부러 청소한 티가 났거든. 잠시 머무는 자리라도 주위가 깨끗하다면 존중받는 기분이 든단다.”
그날, 엄마의 손길로 깨끗해진 집에서 정수기 관리원 아주머니를 처음 맞았다. 이후로도 가스 검침원이나 아파트 소독원이 방문할 때 되도록 집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익숙한 우리 집이 누군가에겐 낯선 일터일 테니까. 실은 우리 엄마 생각이 나서 예의를 다하고 싶었다.
여전히 기억한다. 아이들 돌치레에 부쩍 지쳐 있던 시기, 정수기 관리원 아주머니가 방문했다. 아기 울음소리에도 차분하게 일하던 아주머니가 “힘들죠?”라며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그래도 아기들이 좀 순한 편이라.” 인사치레로 묻는 말들조차 괜히 예민하게 느껴지던 때였다.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세상에 순한 아기가 어딨어요. 그냥 엄마가 감당하는 거죠.” 참견도 훈수도 아닌 담담한 그 한마디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울컥했다. “엄마 되기 참 쉽지 않네요.” “그럼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일 거예요.” 아주머니는 기억 못 할 테지만 그때 정말 감사했다. 익숙한 우리 집에서 엄마라는 낯선 직업을 힘들어하던 내가, 비로소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고수리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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