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에서 얻는 교훈[기고/남균]

남균 연세대 명예교수 2023. 10. 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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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의 원리를 이용한 첨단기기는 대표적으로 '양자 컴퓨터'와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SQUID)'가 있습니다.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는 이미 현재 각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기들의 출현은 양자물리의 등장으로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핵과 전자 등의 미시 세계에 대한 과학계의 난제가 속속 해결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핵에서 방사선 입자가 튀어나오는 문제도 입자의 운동을 파동으로 기술하는 양자물리의 '장벽 통과 이론'에 의해 설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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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균 연세대 명예교수
양자물리의 원리를 이용한 첨단기기는 대표적으로 ‘양자 컴퓨터’와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SQUID)’가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독특한 논리의 연산 방법을 도입하므로, 기존의 컴퓨터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각국이 국력을 쏟아부어 개발하는 분야입니다. 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는 이미 현재 각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기는 너무 민감해서 미세 자기장은 물론이고 뇌에서 나오는 뇌파의 측정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기기들의 출현은 양자물리의 등장으로 그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핵과 전자 등의 미시 세계에 대한 과학계의 난제가 속속 해결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핵에서 방사선 입자가 튀어나오는 문제도 입자의 운동을 파동으로 기술하는 양자물리의 ‘장벽 통과 이론’에 의해 설명되었습니다. 고전 이론에 따르면 높은 담장 안에 갇힌 에너지가 낮은 입자는 아무리 높이 뛰어도 담 위에 닿지 못하므로 담을 절대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양자물리는 이 입자가 담을 넘어 자유를 찾을 수 있음을 수식으로 보여줍니다.

반도체에도 장벽 통과 이론이 적용됩니다. 반도체는 ―전하인 전자가 전기를 나르는 반도체와 +전하인 정공이 하는 두 종류의 반도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을 접합시키면 둘 사이에 장벽이 생깁니다. 과학자들은 이 장벽 사이를 넘나드는 전자들을 이용하면 태양광을 비롯한 전자제품의 소자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전자가 장벽을 넘어갈 수 있는 것은 반대편으로 넘어가도 안착할 수 있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자리가 있어서입니다.

초전도체에서도 아주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두 초전도체를 접합시키면 둘 사이에는 인위적인 장벽이 만들어지며, 이 장벽 사이를 외부에서 전원을 가하지 않아도 초전도 전자들이 절연층을 통해 흘러갑니다. 이는 어떠한 외부의 힘 없이도 절연막을 통해 전류가 흐르므로 발전소가 별도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초전도 전자들도 당연히 넘어가는 쪽에 더 안전하고, 들어가도 자유로운 자리가 있기에 장벽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핵이나 전자의 세계에만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세계에서도 지역과 지역, 당과 당, 나라와 나라 사이에 장벽이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는 1945년 이후 남북이 갈려 둘 사이에는 높고 높은 장벽이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민들의 러시는 엄청난 높이의 무시무시한 장벽임에도 핵을 뚫고 나오는 방사선 입자의 탈출이나 반도체와 초전도체에서 장벽을 뚫고 나가는 전자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감시를 심하게 하고 담을 높여도 뚫고 나가려는 시도는 원래 자신들이 있던 곳보다 넘어간 쪽이 더 편하고 자유로운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자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사람에게도 적용됨을 일깨워줍니다. 동시에 핵과 전자 같은 미시 세계에서와 인간 세계에서의 장벽 통과 현상은 자유가 정말로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남균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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