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는 美경제 '역풍'… 고금리 장기화 공포 확산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0. 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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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강세로 소비여력 증가
물가상승 뚫고 성장세 여전
미국 주담대 금리 급등에도
신규 주택판매는 크게 늘어
美국채 10년물 금리 4.9%대
韓국채 10년물도 연중 최고
중동發 불확실성 커져 변수

미국 경제의 '나홀로 질주'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26일(현지시간)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0.4%포인트나 상회하는 4.9%(전기 대비 연율 환산)를 기록하면서 '고금리 장기화 공포'가 시장에 더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위한 '두 개의 전쟁'을 감당해야 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도 비어가고 있어 4분기 경기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오전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4.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고물가, 고금리에도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 원동력은 가계 수요를 지속적으로 촉진하는 고용시장 강세"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9월 비농업 부문 고용건수는 전월 대비 33만6000건으로, 시장 예상치 17만개의 거의 2배에 육박했다. 전월의 고용건수 18만7000명과 비교해도 크게 늘었다. 고용시장이 호황이면 소비여력이 증가해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 경제는 현 시점에서 보면 놀랄 만큼 튼튼하다. 9월 신규 주택 판매는 75만9000채를 기록하며 월가가 예상한 68만채를 크게 넘어섰다.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3년 만에 최고 수준인데도, 주택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전날 미국 모기지은행협회가 집계한 미국 평균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전주보다 20bp 오른 7.9%로 2000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1.1bp 오른 4.392%로, 올 들어 최고 수준이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일 대비 6.6bp 오른 4.104%로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인 4.108%에 근접했다.

통상 증시 급락은 안전자산인 채권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증시 급락세 원인이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인 까닭에 국내 채권금리 역시 급상승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경기 활황이 4분기에도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여전히 높은 미국 국채금리가 모기지 금리와 기업의 이자비용, 신용카드 상환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경기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5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4.96%까지 치솟았다가 4.95%로 거래를 마쳤고, 26일 GDP 발표 직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4.9%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인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있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공급이 늘어 금리는 결국 오르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에 미국의 재정적자가 GDP의 7.4%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경기침체에 무게를 싣는다. 고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미국 소비자들이 언제까지고 지갑을 열 수는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월가의 '채권왕' 빌 그로스도 지난 23일 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 지방은행 대학살과 자동차 대출 부실 증가는 미국 경제의 '심각한 둔화'를 암시한다"면서 "4분기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비관론을 폈다.

9월 미국 경제지표만 봐도 향후 경기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10월 15~21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주보다 1만건 늘어났지만, 여전히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79만건으로 전주보다 6만3000건 증가했다.

반면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같은 날 발표된 PCE 지수는 2.4%로 예상치(2.5%)보다 낮았다. 전월에 3.7%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제 소비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편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10회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접고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3%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와 연 4.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현행 기준금리 수준을 충분히 오래 유지한다면 물가상승률을 중기 목표치인 2%로 적기에 복귀시키려는 정책이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근원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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