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이태원 참사 1년… 이젠 달라져야

송은아 2023. 10. 2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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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토요일 밤, 급하게 울리던 소방청의 문자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올해 1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 재발을 막을 핵심 법안 중 하나는 주최자가 불명확한 축제의 안전관리를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이다.

지하철 인파사고 우려는 가시지 않고, 산업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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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토요일 밤, 급하게 울리던 소방청의 문자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태원, 다수 인파가 몰려 압사 사고 추정.’ 머리가 멍해졌다. 1보, 2보, 3보… 문자 내용은 뒤로 갈수록 비현실적으로 바뀌었다. 오전 2시 29분 ‘사망 59명·부상 150명’이던 피해자는 1시간이 지나자 ‘사망 120명·부상 100명’으로 늘었다. 계속되는 비보에 새벽 4시가 넘도록 잠들 수 없었다. 그날 많은 국민이 슬픔의 새벽을 함께했다.

계절이 한 바퀴 돌아 다시 10월이 됐다. 1년이 지났지만 ‘참사의 매듭이 지어졌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지금도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줄곧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외쳐왔다. 당시 현장 상황과 각 기관의 대응은 어떠했는지, 가족·친구의 마지막 길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특별법을 만들어 제대로 조사해달라 했다. 검·경 수사는 형법상 책임 가리기에 집중돼 참사의 온상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지금까지 정무적·실무적 책임을 진 이들이 거의 없다는 건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추모 공간 조성은 이제야 속도가 나는 모양이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놓고 올해 내내 유가족과 실랑이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달 16일 국정감사에서 “사고 현장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안이 유족들의 의사를 반영한 형태로 진척이 있다”고 했다.

안전 제도 개선 역시 거북이걸음이기는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올해 1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5년간 실행할 97개 세부과제를 담았다. 상당수 과제는 국회의 법률 제·개정이 필수였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단 7건만 제·개정이 완료됐다. 국회가 정쟁에 발이 묶이면서, 18건은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태원 참사 재발을 막을 핵심 법안 중 하나는 주최자가 불명확한 축제의 안전관리를 위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이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20일에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신규 급경사지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를 담은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 개정안, 시·도 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하는 재난안전법 개정안 등은 여태 행안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에 따르면 안전시스템 개편 대책의 이행률은 이달 기준 21%에 그친다.

참사 후 반성과 대책이 물밀 듯 쏟아졌지만, 실질적 변화는 지지부진한 셈이다. 그 사이 충북 오송에서는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났다. 총체적 인재였다. 지하철 인파사고 우려는 가시지 않고, 산업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로 탄핵소추를 당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태원 1주기를 맞아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국가는 국민 안전에 무한한 책임이 있다는 엄중한 사명을 가지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정부의 각오가 공허한 수사에 그치지 않기를, 수년 후 또다시 ‘대형 참사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는 말을 하게 되지 않기를 1주기를 앞두고 기원해 본다.

송은아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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