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지대 홀로 "대법 `박유하 무죄` 합리적…학문영역에 사법부터? 비정상"
大法 "학문적 주장·의견, 명예훼손 처벌할 '사실 적시' 아냐"
새로운선택 "문제제기는 공론장서…마녀사냥세력, 자숙을"
박 교수 "위안부할머니 '주변인들'이 만든 '사상 자유' 재판"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 측은 26일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에 대한 형법상 명예훼손죄 판단을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 "상식에 입각한 합리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은 사실상 침묵한 가운데 이같은 입장이 나왔다.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애초 박유하 교수의 저서는 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학자로서 견해'를 밝힌 것으로 오롯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설령 일부 내용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공론장에서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이지 사법영역에서 유무죄를 다툴 일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박 교수에게 명예훼손 유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돌려보냈다. 대법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저서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구조적인 여성 착취 책임을 강조하되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 등을 들어 일본군이 일인·한인 여성 모두 위안부 동원 대상으로 삼았고, 통념화한 '성노예'보단 대가를 지불하는 '매춘'에 가까웠으며, '소녀 납치'나 '20만명 강제연행' 설(說)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8월 저서 초판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군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지적 관계' '일본군에 의한 성폭력은 일회성 강간과 납치성 성폭력, 관리 매춘 세 종류…조선인 위안부 대부분은 세번째 경우가 중심' 등이 적시됐다. 2014년 6월 위안부 생존자 9명이 박 교수가 자신들을 '매춘부', '일본군 협력자'로 묘사했다며 고소했다.
2015년 11월 검찰은 박 교수를 재판에 넘겼고, 1심은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검찰이 명예훼손으로 본 35곳 표현 중 11곳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은 박 교수로부터 연구윤리 위반이나 존엄 경시 의도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은 제국의 위안부 발표 과정에 대해 "전체적인 내용이나 맥락에 비춰 볼 때 박 교수가 검사의 주장처럼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거나, 일본군에 적극 협력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사건 각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같은 판단의 전제로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나 맥락과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대법 측 관계자는 "학문적 표현물로 인한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판단할 때 '사실의 적시'라고 인정하는 데엔 신중해야 한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며 "학문적 표현물에 관한 평가는 형사처벌에 의하기보다 원칙적으로 공개적 토론과 비판의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선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새로운선택 창준위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저작 활동에 대해 폭넓은 지지 의사를 밝힌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이 말할 자유를 억눌러 이뤄지는 평화는 결코 정상적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나아가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반일정서에 편승해 마녀사냥을 일삼으며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 했던 일부 정치 세력에게 반성과 자숙을 촉구한다. 사법부는 아직 상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고 했다.
한편 박 교수는 이날 대법 판결 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싸움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저와의 싸움이 아니라 할머니 주변인들과 저와의 싸움"이라며 "주변인들은 출간 이후 제가 '나눔의집'에 거주하시던 할머니들을 만나 일본의 사죄와 보상에 관한 그분들의 생각을 '직접 들으려' 했기 때문에 접근금지를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주변인'은 위안부 관련 단체들을 겨눈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제 책이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걸 두려워한 주변인들"이라며 "'위안부를 둘러싼 사실'을 문제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 '그들의 해결방식에 대한 저의 이의제기'에 불만을 품었다"면서 "'강제연행'은 자신들의 해결방식을 합리화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했다.
나아가 "북한과 일본이 수교할 경우, 한국이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던 '식민지 (법적)배상'을 북한이 받게 하기 위한 게 위안부문제 운동의 감춰진 목적이었다"며 "목적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중요한 건 그런 '주변인'들의 주장이 어느 새 국민상식이 되고 '국가의 견해'가 되면서 그에 반하는 의견을 국가가 처벌하려 했단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저를 고발한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이 횡령죄혐의로 구속 중이고,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가 같은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실, 그리고 '저와 가장 가까웠고 이 두사람에게 비판적이면서도 그 말을 공적으로는 하지 못했던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고발당한 사실 역시 이 사태의 또하나의 배경"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단순한 학문의 자유 재판이 아니었다며 "오늘의 판결은 대한민국에 국민의 사상을 보장하는 자유가 있는지에 관한 판결이었다"면서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척점에 있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 편에 서서 쓴 책이었다. 그 사실은 책이 나온 직후의 언론반응이 일찌기 말해 준 바 있다"고 짚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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