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밤”... 이강인, 두번째 꿈 향해 첫 발 쐈다
어렸을 때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부터 숱하게 매스컴을 탔던 이강인(22). 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두 가지 대답은 늘 나왔다. “국가대표가 될 거예요.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거예요.” 첫째 꿈은 2019년 9월 조지아와 평가전에서 선발로 뛰면서 18세에 이뤄냈다.
두 번째 꿈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26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 홈 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에 가득 찬 4만여 명 관중이 이강인을 바라보며 열광했다. 후반 26분 벤치에서 출격한 이강인이 AC밀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조 3차전에서 후반 44분 팀의 3대0 승리를 이끄는 세 번째 쐐기 골을 넣은 뒤였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본인 우측으로 파고드는 팀 동료 워렌 자이르에머리(17·프랑스)에게 패스한 뒤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슬금슬금 이동했다. 그리고 돌파에 성공한 자이르에머리는 가운데로 공을 보냈고, 곤살루 하무스(22·포르투갈)가 뒤에 있는 이강인을 발견하고는 공을 차는 척 헛발질했다. 수비수가 하무스에게 쏠린 사이 이강인은 논스톱 왼발 슛으로 때려 골을 넣었다. 기뻐하는 이강인을 하무스가 안아 들어올렸고, 킬리안 음바페(25·프랑스) 역시 그 다음에 와서 축하했다.
이날 득점은 이강인이 지난 7월 초 PSG 이적을 확정한 뒤 약 3개월 반 만에 맛본 데뷔골이면서 개인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꿨던 이강인은 이제 그 무대에서 골을 기록하며 꿈에 한 발짝 다가간 셈이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이강인을 안아주면서 첫 골을 축하했다. 이날 완승을 거둔 PSG는 F조 1위(승점 6·2승1패)로 올라섰다. F조는 각국 강팀인 PSG, AC밀란, 독일 도르트문트, 잉글랜드 뉴캐슬이 전부 있어 ‘죽음의 조’라고 불린다. 도르트문트(승점 4·1승1무1패), 뉴캐슬(승점 4·1승1무1패)이 뒤를 따르고 AC밀란(승점 2·2무1패)이 최하위다.
이강인은 최고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10월을 시작했다. 그리고 13일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A매치 데뷔 골을 포함한 두 골을 몰아 넣었고, 이어진 17일 베트남전에서도 한 골을 넣었다. 프랑스로 넘어간 뒤에도 기세를 이어 갔다.
최근 이강인의 득점 능력이 더 좋아진 이유로는 공 없을 때 보여주는 움직임이 꼽힌다. 이강인은 공을 잡고 드리블할 때는 출중하지만, 패스하고 난 뒤 자리를 잡는 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소속팀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넣은 6골은 전부 개인기로 제쳐내거나, 상대 수비수가 적은 역습 상황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달 나온 4골 중 프리킥 골을 제외하고는 전부 지공(遲攻) 상황에서 나왔다. 영리하게 빈 공간을 선점하는 능력, 즉 ‘골 냄새’를 잘 맡게 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매체 풋 메르카토는 “19분이면 충분했다. 짧은 시간 동안 깔끔하고 결단력 있는 공격적인 자질을 이강인이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강인은 본인 소셜미디어에 프랑스어로 “파리에서의 마법 같은 밤!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자”라고 썼다.
같은 날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은 영보이스(스위스)와의 조별리그 G조 3차전 원정에서 2골을 몰아 넣으면서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홀란을 앞세운 맨체스터 시티는 조별리그 3연승 행진과 함께 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챔피언스리그 16경기(10승 6무) 연속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 H조 3차전 홈 경기에서 2대1로 이겼다.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3연승을 포함해 올 시즌 개막 후 13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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