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고터 지하상가’에 무슨일? 1년새 임대료 46% 오른 이유

임대료 인상 두고 서울시설공단과 갈등
“새 대부료율 유동 인구 등 고려해 산출”

고터몰 점포에 붙은 항의문. 연합뉴스

최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 상가가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대료가 한 번에 46% 오를 위기에 처한 상인들은 점포마다 서울시에 항의하는 종이 팻말을 내걸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타격 이후 회복세로 들어서는 상황에서 ‘임대료 폭탄’을 맞게 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유동인구 등을 반영해 올렸다는 설명이다.

26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사태는 서울시설공단(공단)이 계약 만료를 한 달여 앞둔 10월 초 낸 입찰 공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 상가는 서울시 공유재산이다. 공단이 입찰을 통해 선정한 민간업체에 위탁해 상가 점포 620곳을 관리·운영하는 구조다. 현 수탁업체는 지하도 상가 상인들이 모여 설립한 ‘고투몰’로, 수탁업체가 상인들로부터 대부료를 받아 공단에 납부한다.

공고에 따르면 투찰 상한가(공단이 제시한 연 대부료 예정가격의 120%) 내에서 최고 가격을 써낸 곳이 낙찰을 받게 돼 있는데 공단이 내놓은 연 대부료 예정가격이 156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공고상 투찰 상한가는 156억 원의 120%인 187억 원이 됐다. 전년 대부료 127억 원과 비교하면 연 대부료 예정가격은 22%, 투찰 상한가와 실제 납부 금액은 46%나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고투몰은 이번에도 영업권을 얻기 위해 상한가로 단독입찰, 5년 계약을 진행해 어쩔 수 없이 187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상인들이 ‘영세 상인 피를 빨아먹는 임대료 46% 인상 철회하라’ ‘상인 죽이는 서울시 탁상행정 입찰 중지하라!’ 등 구호를 내건 이유다.

고투몰 관리 이윤 등을 제외하면 점포(평균 면적 22∼23㎡)당 대부료는 평균 연 2400만 원(월 200만 원)에서 연 3500만 원(월 290만 원) 수준으로 뛰었다. 고투몰은 "투찰 기준인 새 대부료 예정가격을 실제 올해 대부료보다 22% 높게 잡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며 대부료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도 고물가·고금리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와중에 이 같은 대부료 상승은 과도하다고 서울시를 비판하고 있다.

공단은 대부료 산출 기준이 되는 대부료율을 10여 년간 동결했다가 유동 인구가 많은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 상가의 입지 등을 반영해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단 측은 "새 대부료율은 유동 인구와 주변 시세를 모두 고려해 산출된 수치"라며 "고속버스터미널인데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도 함께 있고 평일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은 상가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입장이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