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 곁에서 쉬고 싶다” 벨기에 참전 용사, 부산에 영면
6·25 전쟁 당시 2차례에 걸쳐 참전한 벨기에 출신 참전용사 고(故) 레옹 보스케(Léon Bosquet)씨가 다음 달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든다. “6·25 전쟁 때 강한 형제애를 갖고 함께 싸웠던 유엔 참전국 전우(戰友)들과 함께 쉬고 싶다”는 고인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국가보훈부는 26일 “보스케씨의 유해 봉환식이 2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기서부터 대한민국이 모시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거행된다”고 밝혔다. 프랑소와 봉땅 주한 벨기에 대사 등 50여 명 참석하고 우리 국방부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고인의 유골함에 예를 표할 예정이다. 안장식은 다음 달 15일 벨기에 대사관 주관으로 열린다.
보스케씨는 1951년 5월~1952년 5월, 1953년 6월~1954년 7월 2차례에 걸쳐 6·25 전쟁에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다. “한국에서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미군 부대를 지원할 군인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전을 결심했다고 한다. 보훈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도움으로 목숨을 지킨 경험이 있어 항상 미군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스케씨는 생전에 “1951년 12월 임진강 인근에서 전투가 시작되기 전 적군이 겁을 주기 위해 끔찍한 소리를 냈고, 전투가 시작되자 수많은 적군에 맞서 총검을 사용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6·25 전쟁을 회고했다. 그럼에도 “전쟁터에서의 위험과 추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에 두 번 참전한 사실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스케씨는 올해 2월 세상을 떴는데 지난 5월 벨기에 대사관을 통해 안장 승인을 받았다. 딸 다니엘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한국 안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후 부산에 안장되길 희망했다”며 “아버지는 6·25 참전을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엔 2015년 프랑스 출신의 레몽 베르나르씨를 시작으로 영국·네덜란드·캐나다 등 참전 용사 19명이 안장돼 있다. 참전 용사 본인이나 유가족 희망하면 사후 안장될 수 있는데 벨기에 참전 용사의 유해 봉환과 안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식 보훈부 “앞으로도 국제보훈 사업을 통해 참전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고 예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