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갑질에…국토부 콜센터 ‘엑소더스’
작년 직접 고용 인원 중 7명 퇴사
잇단 추가 채용에도 정원 못 채워
국토부와 단절…정책 공유 안 돼
잦은 ‘진상 민원’ 대처도 소극적
평균 연봉은 세후 2500만원 불과
국토교통부 민원콜센터에는 매일 오전 9시 상담 시작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거는 민원인이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에 대해 ‘건의사항’을 전달하겠다는 것인데, 실상은 상담사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훈계’나 ‘질책’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대기 중인 다른 민원인을 위해 상담사가 상담을 종료하면 공중전화로 번호를 바꾸어 걸기도 한다. 하루에 10통 넘게 전화를 거는 날도 흔하다. ‘상담원의 부정확한 안내로 재산상 손해를 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민원인도 있다.
국토부 민원콜센터가 상담사들의 ‘번아웃’으로 인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콜센터는 주택청약·건축·항공철도·자동차 등 국토부가 담당하는 모든 업무를 최일선에서 안내하는 기관이다. 2021년까지는 외부 용역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1월부터는 국토부가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용역회사가 바뀔 때마다 상담사들의 급여와 재계약 여부가 달라졌지만, 지난해부터는 상담사들도 국토부 소속 공무직 공무원으로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해 1월 직접 고용한 9명 중 4명이 6개월도 안 돼 퇴사했다. 같은 해 11월 추가 채용을 진행했으나 그중 3명이 또 수개월 만에 그만뒀다. 현재도 정원 33명에서 6명이 모자란 27명이 근무하며 결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상담사 42명 중 14명이 퇴사하며 33%의 퇴사율을 기록했다.
직접고용 이후에도 이어지는 ‘줄퇴사’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국토부와 단절된 업무 환경이 꼽힌다. 민원콜센터 상담사들은 국토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가 아닌 정부과천청사에서 2개 층에 나뉘어 근무하고 있다. 국토부의 정책 변경이 상담사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어려운 구조다. 갑작스러운 결원으로 사전교육을 받지 못한 분야를 상담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다 보니 상담 정확도는 떨어지고, 상담사들이 감당해야 할 민원의 강도는 세진다. 조승진 센터장은 “민원인이 변경사항을 알려주면 그제서야 담당부서에 변경사항을 공유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담사들이 일할 수 있는 통합된 공간이 없다 보니 상담사마다 상담 내용이 달라지고 전반적인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열악한 처우도 문제다. 지난해 기준 센터가 접수한 민원은 총 24만6015건으로, 상담사 1인당 하루 평균 37.4건의 상담을 수행했다. 반면 상담사 평균 연봉은 최저임금 수준인 약 2500만원(실수령액 기준)이다. 근속수당이 연 3만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연차에 따른 임금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조 센터장은 “공무원 처우를 기대하고 센 업무 강도를 감당하겠다던 신규 상담사들도 수개월간 사전교육을 거쳐 막상 업무에 투입되면 너무 힘들어한다”며 “센터장으로서 그만두겠다는 상담사들에게 달리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정호 국토부 감사담당관은 “상담사들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려는 교육은 계속 강화하려 하고 있다”면서도 “국가기관 상담사의 처우 개선은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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