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불상’ 집단매장 피하려 식별 팔찌, 몸엔 신상정보 적는 가자 주민들
단 사흘간 19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19일 만에 사망자가 7000명을 넘어서면서 봉쇄된 가자지구에서는 ‘생존’ 대신 ‘죽음’을 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5일 로이터통신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신원 불상’ 시신으로 집단 매장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족을 식별할 수 있는 팔찌를 착용하거나 몸에 이름 등 신상정보를 적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로 피란을 온 알리 엘다바(40)도 그들 중 하나다. 그는 파란색 끈으로 된 팔찌를 구해 가족들의 양쪽 손목에 묶었다. 그는 “폭격으로 찢겨져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을 수없이 목격했다”면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팔찌를 보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다바는 현재 세 아이와 함께 칸유니스에, 그의 아내는 다른 아이 넷을 데리고 북부 가자시티에 있다. 전체 가족이 일거에 ‘몰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산 가족’이 되기로 한 것이다.
사후 신원 확인을 위해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몸에 이름 등 신상정보를 적는 일도 점차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공습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영안실은 물론 시신을 묻을 곳조차 부족해지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은 번호가 매겨진 채 집단 매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진은 뒤늦게 이들을 찾는 가족이 나올 것을 대비해 매장 전 시신의 사진을 찍고 혈액 샘플을 보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가자지구에 역사상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으며 지난 24일부터 이틀 연속 하루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섰다.
가족 전체가 폭격에 숨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마람 휴메이드는 알자지라에 보낸 글에서 “매일 포탄이 떨어지면서 애도할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시급한 것은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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