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동성애 처벌’ 군형법 조항 네번째 “합헌”

김희진 기자 2023. 10. 2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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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추행 ’위헌제청에
군 특수성·전투력 보호 등
다수 재판관 “처벌 필요성”
시민단체 “자기결정권 위협”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재차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군형법 92조의6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을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군무원 등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어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사건을 심리하던 수원지법·인천지법 등은 해당 조항의 ‘그 밖의 추행’ 부분에 관해 헌재에 위헌 제청을 냈다.

제청법원은 이 조항이 강제력 행사 여부, 행위의 주체·객체·시간·장소 등에 관해 아무런 기준이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군인 간 합의된 성적 행위가 군의 전투력에 직접적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는데도 형벌을 부과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며, 동성애자의 성적 행위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해 평등원칙에도 반한다고 했다.

헌재는 그러나 군 조직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호라는 공익 등을 종합해보면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 재판관은 “군내 성적 행위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위력에 의한 경우 또는 자발적 의사 합치가 없는 동성 군인 사이 추행에 대해 처벌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이 과도한 제한도 아니라고 했다. 군대는 수직적 위계질서 체계 아래 있어 상급자로서 우월적 지위와 권력 등을 이용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가 이뤄지기 쉽고,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군대는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이성 군인과 달리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평등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 재판관은 이 조항의 ‘그 밖의 추행’이란 표현이 모호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2011년, 2016년 등 세 차례에 걸쳐 군형법 92조의6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2016년 결정 때도 재판관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해 합헌으로 결론났다.

군인권센터 등은 “군형법 92조의6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위협하는 조항으로 개별 판례에서 사실상 무효화된 법을 존치하는 것은 반헌법적 판단”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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